삼성ㆍLG, 신제품 출시일 조정⋯AI 기능 강화 초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기업들의 로봇 청소기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그사이 중국 기업들은 상반기에 다양한 보급형부터 프리미엄 제품군까지 여러 신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위협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빠른 출시보다는 완벽한 인공지능(AI) 기술 향상에 더 초점을 두고,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다.
2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중국 로보락은 이달 초 로봇청소기 신제품 ‘S8 프로 플러스’와 ‘S8 프로’ 등 2종을 공식 출시했다. 해당 제품들은 플래그십 모델인 ‘S8 프로 시리즈’ 라인이다. 플러스 모델의 경우 자동 먼지 비움과 물걸레 자동 세척 및 건조 등의 편의 기능을 갖췄다.

로보락은 올해 현재까지 총 12개의 로봇 청소기 신제품을 국내에 출시하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S9 맥스V 시리즈’ 등 플래그십 라인부터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춘 ‘Q 시리즈’ 등 보급형 라인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세계 최초로 로봇 팔을 탑재한 프리미엄 로봇 청소기 ‘사로스 Z70’도 출시하며, 차별화된 기술력까지 뽐냈다. 사로스 Z70은 접이식 5축 로봇 팔로, 양말, 휴지 등 최대 300g의 생활 소품을 들어 지정된 위치로 옮길 수 있다.
신제품 확대와 더불어 공격적인 마케팅도 국내에서 영향력을 넓히는데 한몫했다. 로보락은 지난달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 G마켓ㆍ옥션 프로모션 행사에서 올해 플래그십 신제품 ‘S9 맥스V 시리즈 2종’으로 총 114억여 원의 판매액을 기록하며 전체 제품 중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기준 로보락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4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22%), LG전자(9%)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중국 에코백스는 2월 세계 최초 오즈모 롤러 자동 세척 물걸레 기술을 탑재한 프리미엄 신제품 ‘디봇 X8 프로 옴니’를 국내에 출시했다. 해당 기술은 지속적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하면서 실시간으로 자동세척하며, 스크래퍼로 오염된 물을 제거해 교차 오염을 방지한다. 지난달에는 보급형 라인인 ‘디봇 T80 옴니’까지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대폭 넓혔다.
에코백스 역시 지난달 쿠팡 가전 세일 프로모션에서 로봇 청소기 부문 판매 1위를 달성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디봇 X8 옴니 모델의 경우 누적 3000대 이상 판매됐다.
중국 로봇 청소기 기업들은 과거 단순한 저가 공세와는 달리 강한 기술력을 앞세우며,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업계에서 심각하게 우려하는 보안 문제에도 탄탄하게 대응하고 있다. 로보락과 에코백스 제품은 글로벌 인증기관인 UL 솔루션즈 보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인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기업들은 올해 신제품 출시일을 확정을 짓지 못했다. 사실상 신제품 프리미엄이 있는 상반기 출시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4월과 8월에 올인원 로봇 청소기 신제품 ‘비스포크 AI 스팀’과 ‘LG 로보킹 AI 올인원’을 출시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점검해 최적의 출시일을 검토하고, AI 기능 강화 등 제품 완성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은 로봇 청소기를 단일 제품이 아닌 TV, 냉장고, 세탁기 등 기존 제품들과 연결해 하나의 AI 홈 생태계의 일부로 접근해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를 통해 원격으로 다른 기기 간 제어를 통제할 수 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3월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지난해 비스포크 AI 스팀 출시 이후 점유율이 0%에서 30%까지 빠르게 상승했다”며 “올해는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해 1등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