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美 이란 공격에 코스피 하락 전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삼천피' 사수
주가 향방 '오리무중'⋯ 전문가 의견 엇갈려

코스피가 3년 반 만에 3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정작 하락장에 대비한 ‘역베팅’에 나선 모습이다. 이달 들어 인버스와 곱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만 약 5000억 원의 자금이 몰렸고, 미국의 이란 공격 등 중동 전쟁 확산 우려가 커지자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23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이달 들어(6월 1일~20일) 개인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에 3846억 원, KODEX 인버스 ETF에 1127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약 5000억 원의 자금이 하락형 ETF에 집중된 것이다.
특히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 직전인 지난 20일 하루에만 인버스와 곱버스 상품에 65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이 유입됐다. 구체적으로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와 KODEX 인버스 ETF에 각각 421억 원, 23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들 ETF는 코스피 지수가 하락할 경우 수익이 나는 ‘인버스 상품’이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2배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곱버스 상품으로 하루 지수가 1% 떨어지면 2% 수익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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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오를 경우 손실도 두 배로 커지는 고위험 구조다. 단기 트레이딩 용도로 주로 활용되며 방향성을 잘못 맞출 경우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 KODEX 인버스는 -1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다.
이처럼 개인들이 하락에 베팅한 배경에는 지수의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미국과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3주 만에 12% 넘게 급등했다. 지난 5일 2800선을 돌파한 뒤 단 4거래일 만에 2900선을 넘어섰고, 6거래일 만에 3000선을 넘었다. 지난 20일에는 3021.84에 마감하며 2022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삼천피’를 회복했다.
그러나 그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23일 미국의 이란 공격에 따른 중동 불안에도 장중 낙폭을 줄여 3010대에서 약세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7.37포인트(0.24%) 내린 3014.47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2970대까지 밀리며 3000선을 내줬다. 이후 개인의 순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낙폭을 줄여나갔고 3000선을 회복했다.
가장 큰 변수는 중동 정세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을 정밀 타격한 가운데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최종 승인만 남은 상태다. 해당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3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항로다. 실제 봉쇄가 현실화되면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글로벌 공급망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등 이후 새로운 상승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집중되고 있다”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의 미사일 소모가 상당하고 방어망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여서 전면전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유동성 랠리는 아직 유효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주중 이란과 미국의 상호 대응 뉴스가 증시 변동성을 유발하겠지만, 매도 확대보다는 관망 대응이 적절하다”며 “25일 예정된 MSCI 선진지수 편입 기대도 여전히 유효해 지수 상방 압력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