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소상공인 등 11.3조 금융 지원키로
우리은행, 정진완 행장 주재로 시장 동향 점검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자 주요 금융지주들이 위기 대응 체계를 긴급 가동하고 나섰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사들은 최고경영자(CEO) 주재 긴급 회의를 소집해 환율과 유가 급등 등 파급 영향을 점검하고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선제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이날 오전 양종희 회장 주재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 협의회’를 열고 향후 발생 가능한 시니리오를 점검했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 급등과 글로벌 실물경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룹에 직접적인 피해 없으나 글로벌 부문을 포함한 전반적인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자본시장 손익 또한 일별로 점검하고 있다"면서 "시장 변동성 확대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주 전 임원과 계열사 주요 임원이 참여하는 비상 대응 체계를 상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주요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고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내부 의사결정 체계 고도화 중이다. 국제 유가 급등 시 피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도 선제 검토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중동 사태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을 위한 11조3000억 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우선 중소기업을 위한 총 2조 원 규모의 ‘유동성 신속지원 특별프로그램’을 신규 시행한다. 기존 운영 중인 ‘주거래 우대 장기대출’ 등 특판대출의 경우 한도를 8조 원 추가 증액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별도 금융지원도 실시한다. 최대 2%의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행복플러스 소호대출’ 등 특판대출의 한도를 1조3000억 원 증액해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공급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이날 오후 리스크관리그룹을 중심으로 위기관리협의를 개최했다. 중동 분쟁 심화에 따른 신한은행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부분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리스크그룹장 주관으로 본부부서 20여 개가 참여했다.
우리금융은 전날 임종룡 회장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이날 오전 정진완 행장 주재 회의에서 시장상황을 살펴봤다.
임 회장은 전날 회의에서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원·달러 환율 상승, 주가지수 하락 등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차분하게 담당업무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환율·자본시장 급변동에 따른 그룹 유동성·자산건전성·자본비율 수시 점검 △기업 RM 등을 통해 거래기업 상황 파악 및 수출·내수기업 긴급 지원 등 실물경제 자금공급 △은행 등 모든 계열사 위기대응체계 확립 △국내외 투자자들 및 시장과 적극적인 소통 △IT 안정성 확보와 정보보안체계 재점검 등을 주문했다.
우리금융그룹은 기업들의 수요를 파악해 수출대금 만기연장, 원유·원자재 수입업체 대한 유동성 지원도 검토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란의 보복 수위에 따라 글로벌 원자재 가격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단기적 위기 확산에 대비한 리스크 방어와 동시에 중소기업 지원 등 실물경제 대응이 병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