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HIC→LIG넥스원→HD현대중공업
新 함정 장비 공급망 형성

HD현대중공업과 LIG넥스원의 ‘반(反) 한화 동맹’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전통적 협력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이 협력 관계에서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를 배제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RFHIC는 LIG넥스원과 179억 원 규모의 해외 함정용 다기능레이더(MFR) 송수신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은 ‘RFHIC→LIG넥스원→HD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함정 장비 공급망이 형성됐음을 암시한다.
지난해 말 LIG넥스원은 HD현대중공업과 페루 해군이 운용할 3400t(톤)급 호위함과 2200t급 원해경비함에 탑재할 600억 원 규모의 핵심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하는 이 페류향 함정에 이번 신(新) 공급망 흐름을 거친 MFR이 들어가는 셈이다. RFHIC가 납품하는 송수신 모듈은 LIG넥스원이 만드는 MFR의 핵심 부품으로, 전파 신호를 조절해 레이더의 감시·탐지 성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공급계약을 토대로 업계는 기존 ‘원팀’으로 움직였던 ‘한화시스템→HD현대중공업’의 협력 관계가 약해진 것을 방증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과거 필리핀에 수출한 호위암과 연안경비함, 초계함 등에 한화시스템의 함정전투체계(CMS)와 전술데이터링크(TDL) 등의 장비를 꾸준히 탑재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업계 내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화 방산 3사(한화오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와의 관계를 꺼려 한화시스템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LIG넥스원공급처를 변경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LIG넥스원과 한화도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의 이라크 수출 계약을 두고 갈등을 지속 중이다. 천궁-Ⅱ은 LIG넥스원의 미사일과 통합 체계와 한화시스템은 위상배열레이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직 발사대가 들어간 합작품이다. 한화 측은 LIG넥스원이 가격과 납기·납품 일정에 대한 사전 합의 없이 이라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한다. LIG넥스원은 계약을 앞두고 한화 측에 검토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갈등이 지속하면서 오히려 공급망 협력 관계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간 갈등이 치열해질수록 방산 중소 업체에서 대형 업체로 이어지는 장비 공급 흐름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