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역할도 민주주의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는데 이걸 모든 국민이 모여서 듣기는 어렵습니다. 주요 정책은 TV나 온라인으로 생중계 혹은 녹화방송을 하는 이유입니다. 저 같은 펜기자는 글로 정리해서 신문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합니다. 장·차관이나 기관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말미에 국민에게 잘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실에 카메라 4대를 추가로 설치해 기자들의 질의 모습까지 생중계를 하겠다고 합니다. 국민과의 소통과 경청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에 발을 맞췄다고 설명합니다. 시스템 개선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제안했다고 강유정 대변인이 소개했습니다. 백악관과 유엔(UN) 회의 모두 프레스룸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된다고도 합니다.
기자 입장에서 시스템 개선안에 대해서는 환영합니다. 펜기자들은 방송에 나올 일이 별로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 가끔 총리 간담회에서 우연히 총리 옆에 앉아 있다가 나옵니다. TV 화면으로 보는 제 모습은 정말 낯섭니다.
다만 최근 벌어진 사건은 시스템 개선이 전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이달 10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기자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김 후보자의 반미 성향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1985년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미국문화원을 점거 농성한 사건으로 유명합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자신이 주도한 이 사건이 미국을 '각성시킨'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연히 반미주의자가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헌법과 법률을 가장 좋아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났으면 아무 일도 없었겠지만, 이 질의를 한 기자가 이후 김 후보자의 지지층으로부터 신상털이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후일담이지만 이 기자가 이 질의를 한 것은 총리실로부터 모종의 부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김 후보자의 반미 성향과 미국 비자 발급 가능 여부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하려는 의도에서였습니다. 괜히 이 기자만 욕을 먹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 후보자는 총리실도 대통령실처럼 카메라를 추가해서 기자들이 질문하는 모습도 생중계하겠다고 합니다. 앞으로 김 후보자에게 불편하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이 들면 누구라도 신상털이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무섭습니다.
사실 지금도 기자의 기사에 다양한 욕설의 댓글이 달립니다. 이재명 대통령처럼 친명이 분명하고 지지세력이 적극적일 때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덧붙이면 대통령실은 몰라도 총리실 브리핑에 카메라를 추가한다고 얼마나 많은 국민이 생중계를 시청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생각보다 우리 국민은 총리가 누군지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김 후보자가 정치인 출신이라 이전 관료 출신 총리보다는 관심이 많을 것 같지만, 대통령제 국가에서 총리가 전 국민의 관심사인 정책을 결정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천명했습니다. 여기서 국민이 누구인지 궁금한 것은 저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