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유치해 실적 쌓을 수 있고 생태계 조성할 수 있어
바이오기업은 지원받고, 투자사는 초기 기업 발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바이오 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벤처캐피털(VC)과 손잡는 형태의 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환경에서 CRO가 임상 비용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실질적 지원에 나서면서 새로운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는 CRO가 단순한 임상 대행을 넘어 바이오 기업의 성장을 함께 이끄는 ‘투자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기업을 도와주는 동시에 VC와 연계해 임상 인프라를 제공하는 구조다. CRO는 실적을 확보할 수 있고, 바이오 기업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윈윈’ 효과가 나타난다.
드림씨아이에스는 최근 BNH인베스트먼트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드림씨아이에스는 BNH가 투자하거나 검토 중인 바이오 기업에 임상 전략, 연구개발(R&D), 규제 대응 등 컨설팅을 제공하고, BNH는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사업화 기회를 모색하는 구조다.
HLB바이오스텝은 BNH와 1년 넘게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양사 역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공동으로 발굴하고, 비임상 컨설팅, 투자 가치 평가 등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HLB바이오스텝은 BNH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비 할인, 지급 유예, 컨설팅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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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바이오는 직접 신약클러스터를 설립하고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비임상 시험 비용을 감면, 자체 투자 및 투자사 연계 등 인큐베이팅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제이앤피메디는 별도의 투자사를 설립해 바이오와 디지털 헬스 기반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제약사나 의료기기 기업이 임상을 맡기면 일부 비용을 보존해 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협업 모델은 단순한 오픈이노베이션을 넘어 자본시장과 바이오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VC는 검증된 CRO의 평가를 바탕으로 더 정교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고, CRO는 고객사 기반의 투자 기회 확보와 공동 개발 가능성까지 넓힐 수 있다.
강지수 BNH인베스트먼트 전무는 “임상·비임상 CRO와 협력은 투자사 입장에서 검증된 기업을 발굴하고, 우리 포트폴리오 기업에 필요한 R&D 컨설팅이나 임상 연계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채널”이라며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유효한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CRO가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일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투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구조가 주목받으며 침체된 바이오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현 제이앤피메디파트너스 실장은 “과거에는 CRO가 실험을 대행하는 외부 기관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조력자로 펀드를 조성하거나 투자에 참여한다”며 “임상 비용 지원, 네트워크 연결, 공동개발 등을 통해 산업 전반에 시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