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자동차 패널 세션 진행⋯도요타 등 참석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일본 자동차 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 확산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일본 완성차 업계와 손잡고 차세대 시장 선점에 나선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전날 일본 요코하마에서 ‘TSMC 2025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미국(4월), 대만(5월), 유럽(5월), 중국(6월)과 함께 전 세계 5대 권역에서 순차적으로 열리는 기술 행사로 TSMC의 기술 로드맵과 생태계 전략이 공개되는 자리다.
올해 일본 행사에는 도요타, 혼다, 덴소, 파나소닉 오토모티브, 르네사스 등 일본 주요 자동차 기업들과 함께 최초로 ‘오토모티브 패널 세션’이 구성됐다. AI 기술 도입과 전동화 전환 속에서 반도체 기술의 역할과 요구 사항이 공유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케빈 장 TSMC 수석부사장은 “차세대 1.41㎚(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A14)과 유연한 트랜지스터 배치를 가능케 하는 ‘나노플렉스 프로(NanoFlex Pro)’ 기술이 자율주행 등 자동차 분야에서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가 단순 MCU 수준을 넘어 고성능 연산 및 AI 통합 기능을 요구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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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행보는 AI 시대를 겨냥한 공급망 재편과도 맞물린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자동차 강국일 뿐 아니라, 센서·로봇·기계 시스템 등 물리 AI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우위를 가진 국가다. 포커스2무브에 따르면 도요타는 올해 1~4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점유율 12.5%로 1위를 기록했다. 혼다, 스즈키 등도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TSMC는 이러한 일본의 산업적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 현지 투자도 확대 중이다. 구마모토현에 설립된 TSMC 일본법인 JASM 제1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12·16·22·28나노 범용 로직 칩 양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중순 제2공장도 착공한다. 제2공장에선 6㎚ 및 40㎚급 고급 공정을 적용할 예정으로, 향후 차량용 AI 칩 수요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고용 확대도 공격적이다. 올해 JASM의 신입 채용 인원은 527명으로, 전년(256명)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TSMC의 이번 행보가 단순한 고객사 확장을 넘어 ‘AI·자율주행 시대의 시스템 반도체 패권’을 위한 공급망 재편 시도로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고성능 AI 칩은 서버·데이터센터 중심이었지만, 최근엔 스마트카와 온디바이스 AI 등 경량화된 연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파운드리 기술의 적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TSMC의 시장 점유율 역시 초격차를 유지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67.6%로, 전분기(67.1%)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삼성전자(7.7%)와의 격차는 60%포인트에 육박했다.
오노데라 마코노 TSMC 재팬 사장은 “일본이 가진 자동차·센서·로보틱스 경쟁력과 TSMC의 공정 기술을 결합해 AI 시대의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