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시작되는 '이사'는 생경하지 않다. 대통령 집무실부터 정부조직을 입맛에 맞게 옮기고 분리하거나 합치는 일은 마치 정권교체 전리품마냥 여겨진다.
이재명 정부는 10일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다시 옮기기 위한 예비비 259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최소 기준으로 산정된 액수로,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전 정부가 청와대를 '구중궁궐'로 규정하고 용산으로 짐을 쌀 때 불거진 논란이 불과 3년 전 일이다. 막대한 세금과 국민 불편을 감수하며 탄생한 용산 시대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막을 내리고 다시 많은 세금이 청와대 복귀에 들어간다.
끝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종 집무실'을 공약했다. 용산에서 시작해 청와대를 거쳐 세종까지, 한 대통령이 임기 동안 3곳의 집무실을 쓴 최초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 분리, 기후에너지부 신설, 해양수산부 이전 등 정부조직 개편도 굵직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재부 예산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에 두고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명칭을 바꾸는 식으로 분리할 경우 5년간 476억 원 든다고 봤다. "기재부가 부처 왕 노릇을 한다"는 이 대통령 지적이 현실화하면 이명박 정부가 예산처·재경부를 합쳐 기재부를 만든 이후 17년 만의 분리가 된다.
역대 정부가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기재부를 합쳤다 쪼개는 것을 반복한 역사를 보면, 이번에 분리돼도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합쳐지는 것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환경부·산업부의 핵심 기능을 하나씩 뗀 기후에너지부 공약도 정책 연계성 우려가 적지 않다. 신설 부처의 그립을 누가, 어떻게 쥐는지에 따라 기후 혹은 에너지 분야 중장기 대책 수립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드는 비용도 5년간 723억 원으로 추산된다. 해수부는 부산으로 옮겨야 하는 처지다. 해수부 노조는 "본부만 이전하는 방식은 오히려 기능을 약화시킨다"며 반발했고 부산의 일부 지자체는 해수부 유치전에 뛰어드는 등 혼란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이사' 자체가 5년 정권의 성과로 포장되는 것이다. 오늘의 모양 좋은 개편이 5년, 10년 후 국가 부담이 될 수 있고 그다음, 다다음 정부는 원상 복구를 시도하며 세금과 행정력을 소모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국가의 진정한 국정 혁신은 요원하다. 정부가 국정에 새 비전을 담아야 한다면 기존 구조 위에 쌓아 올리는 방식이 우선이다. 갈아치울 정도로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만한 책임과 확신이 전제돼야 한다. 정권은 지나가지만 국정은 이어진다. 중요한 건 '이사 잘하는 정부'가 아니라 '자리 잡는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