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엔지니어링 노사가 올해 임금 2.7% 인상에 합의했다. 다만 성과급 지급에 대해선 하반기 재협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사업 부문 축소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5월 27일 사 측과 노조 간 임금·단체 협상(이하 임단협)을 체결했다. 양 측은 임금 교섭을 통해 인사고과 B등급 이상을 받은 전 직급 직원의 월 임금을 2.7% 인상하는 안에 합의했다. 이는 올해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그러나 성과급 지급 건은 올 하반기 협상 테이블로 연기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년에 한 번 성과급을 별도로 지급해 왔지만, 올해는 사측이 빅배스(Big Bath)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성과급과 격려금을 통합 지급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이를 올 하반기 재교섭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763억6800만 원으로 전년 동기(1017억3000만 원) 대비 24.9% 급감했다. 앞서 지난해 회계상 대규모 손실을 한 번에 반영하는 빅배스를 단행, 1조2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해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관련 뉴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회사 실적에 따라 성과급 및 격려금 지급을 고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성과급 지급 유보를 두고 구조 조정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사측이 일정 규모의 인력 감축을 진행한 후, 성과급 지급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총직원(기간제 포함) 수는 7405명이다. 평균 근속 연수는 10년 3개월,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200만 원, 연간 급여 총액은 7712억7600만 원이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경영여건상 당초 성과급도 없었지만, 상반기 실적 검토후 다시 논의하는 걸로 진전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사측에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현대엔지니어링 내부에선 올해 1월 주우정 대표이사 취임 이후 구조 조정 이슈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 수순을 밟을 것이 유력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앞서 1분기에는 주택사업부장, 주택수행실장, 엔지니어링사업부장 등 주요 사업부문 임원진이 물러나기도 했다.
주 대표이사는 최근 43년 만에 사명 및 CI 교체를 결정하는 등 조직 전반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아 재경본부장 출신인 그는 현대차그룹 '재무통'으로 평가된다. 주 대표 선임은 실적·재무개선과 함께 IPO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그룹의 복안으로 읽힌다. 회사의 IPO는 2021년 추진 시도 후 2022년 철회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몇 년 간 비주력 사업이던 주택과 토목 비중을 키우며 매출을 끌어올렸다. IPO 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받기 위해 외형을 성장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업황 침체와 잇단 중대재해 사고로 리스크가 커지자 주택·인프라 사업 부서를 축소하고 플랜트와 신사업 위주의 새 판 짜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책정받기 위해 토목, 주택사업 인력을 대거 충원하고 매출 규모를 키웠지만, 주택 경기 악화 및 사고 발생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성공적 IPO를 위해 일정 부분 체질 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