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소브랜드 부진 맞물려⋯美 현지 점유율 확대 기회로

미국 정부의 25% 수입 관세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미국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되지만 닛산, 스바루, 마쓰다, 미쓰비시 등 일본 중소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잃는 사이 현대차·기아가 그 빈틈을 파고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조6809억 원, 3조2155억 원으로 6개월 전보다 12.7%, 7.1% 줄어들 전망이다. 관세가 수익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매출은 소폭 증가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6개월 전보다 0.3% 늘어난 46조4156억 원, 기아는 2.3% 증가한 29조698억 원으로 추정된다.
수익이 줄었지만 ‘몸집’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미국 내 부진과 맞물리며 점유율 전쟁의 국면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닛산·스바루·마쓰다·미쓰비시 등 일본 중소 브랜드가 집중 타격을 받고 있다. 이들 4개 브랜드의 미국 내 합산 점유율은 약 15% 수준. 하지만 잇단 실적 부진과 투자 여력 부족으로 입지가 약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6년간 누적 9267억엔(약 8조7000억 원) 순손실을 기록한 닛산은 5000억엔(약 4조700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어 미국 내 추가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닛산은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를 예고했으며 일본 본사 건물 매각도 검토 중이다. 현재 미국 판매 차량의 45%를 멕시코와 일본에서 조달하고 있는 닛산은 연간 4500억 엔(약 4조2300억 원)에 달하는 관세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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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는 생산 이전과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지난달 미국 판매가 약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마쓰다는 미국에서 단 한 개 모델만 생산하고 있으며 가격 인상 이후 미국 내 평균 판매가격이 기아보다 높아져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판매가 1년 만에 줄었다. 미쓰비시는 미국 내 생산시설이 전무하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3년간 40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재무건전성을 강화해왔다. 생산능력 측면에서도 관세 대응이 유리하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의 미국 내 생산능력은 연 37만 대, 기아는 34만 대이며 두 공장 모두 가동률을 110% 수준까지 높일 수 있어 연 80만 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말 본격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더하면 총 120만 대의 현지 생산 체제가 구축된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25%의 수입 관세가 최소 3년간 손익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일본 중소업체들로부터 일부 점유율을 확보한다면 현재 11% 수준인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점유율이 15%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워즈오토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점유율은 각각 6.2%, 5.4%로 전월 대비 각각 0.2%p(포인트), 0.3%p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