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40대 교사가 학생 가족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교원 단체에서 안전한 교육활동을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원시스템을 정비하고 악성 민원은 엄정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에 대한 민원은 다양한 이유로 존재할 수 있지만 민원에 대한 대응은 오로지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겨진다”며 “이제 책임 떠넘기기 시스템을 걷어치우고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시스템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제주에서는 학생 가족 민원에 시달리던 중학교 교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교권 침해로 이어지는 민원 등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달 교육부가 17개 시도교육청 및 한국교육개발원(KEDI)과 발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에 대응하는 교권보호위원회가 4000건 넘게 개최됐으며, 교권 침해 유형으로는 '교육활동 방해(32.4%)' 와 '모욕·명예훼손(26.0%)'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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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지희 전교조 부위원장은 “(교권보호 정책이 마련됐지만) 지금까지도 교사에게 민원과 업무가 집중되는 구조는 변하지 않았고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 보호 조치가 체감되지 않아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는 자조와 분노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전승혁 전교조 부위원장도 “문서에만 존재하는 민원대응팀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민원대응제도를 마련하고,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책임질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전교조는 교육 당국을 향해 악성 민원 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교사가 민원에 응대하지 않도록 민원 창구 일원화 및 온라인시스템 즉각 도입 △민원 대응에 필요한 민원상담실 등 장치 마련 △악성 민원 엄정 처벌 △위기 학생 지원 △민원 관련법 개정 등이 요구안으로 나왔다.
한편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지난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2년 만에 대규모 토요 집회도 예정됐다.
숨진 제주 교사에 대한 추모 및 교권보호 대책 요구를 위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오는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교사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해당 단체들은 제주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을 촉구하고, 악성 민원에 대한 강력 처벌과 학교민원대응 체계 개선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