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등에 칼 꽂은 사우디...뒷감당 가능할까

입력 2022-10-07 11:50 수정 2022-10-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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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세계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5일(현지시간) 합의한 감산 결정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믿었던’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고물가 시대를 계기로 조성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화해 무드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악재를 만났지만, 사우디아라비아도 장기적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적 에너지 전문가 대니얼 예긴 S&P글로벌 부회장은 6일 미국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사우디의 감산 결정을 첫째 바이든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있고, 둘째 미국 선거에 정치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는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감산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크다.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국제사회에 전해진 또 하나의 ‘비보’였다.

누구보다 속이 쓰린 사람은 다름 아닌 바이든 대통령이다. 그는 미국 내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 7월 사우디까지 날아갔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인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산유국의 좌장 격인 사우디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이가 틀어진 사우디에 먼저 손을 내미는 모양새이기도 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7월 15일 사우디 제다에서 만나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제다/AP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7월 15일 사우디 제다에서 만나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제다/AP뉴시스

그동안 바이든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국제사회의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암살된 후, 그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그랬던 바이든이 사우디로 날아가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까지 나눈 건, 명백한 지원사격 요청이었다.

사우디는 결국 러시아와 합작해 약 2년래 최대 폭 감산 결정을 내리며 바이든에 굴욕을 안겼다. 11월 중간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몰랐을 리 없다. 사우디가 사실상 미국 정치에 개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즈호은행의 비슈누 바라탄 연구원은 “OPEC플러스가 원유를 무기로 서방과 겨루고 있다”며 “러시아산 석유 가격상한제에 대한 저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파트너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지정학적 협력을 무시한 것으로 비춰진다”고 덧붙였다. 예긴 부회장도 “이번 결정은 경제적 차원에서 내린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가 바이든 등 뒤에 칼을 꽂은 이상, 미국과의 관계는 더 험악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어떤 식으로 보복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단 감정을 눌렀다. 그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실망했다”며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사우디를 가만두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저지 민주당 의원인 톰 말리노스키는 “미국은 철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 사우디 안보를 지원하지 말라는 압박이다.

▲블라미디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29일(현지시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국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오사카/AP뉴시스
▲블라미디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29일(현지시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국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오사카/AP뉴시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사우디의 푸틴 편들기는 실수”라며 “이 끔찍한 행동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입법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사우디의 이번 결정이 단기적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사우디 안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걸프만 지역 안보 관련 향후 논의에서 사우디의 ‘배신’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고도 했다. '앙숙' 이란이 핵무기 보유를 끊임없이 시도 중인 상황에서 사우디는 미국의 지원 없이 안보 위협을 견딜 수 있을까. 사우디가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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