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사의 자의적인 기소유예처분 취소하라”

입력 2022-10-07 12:00 수정 2022-10-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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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검찰의 자의적 검찰권 행사에 제동 걸어
재판관 전원 일치로 2건의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재판소가 2건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하면서 검찰의 공소권 남용에 제동을 걸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회복)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검찰 사이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7일 헌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빌딩 관리단 대표자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에서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27일 대심판정에서 ‘법무부 장관 등과 국회 간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 사건 첫 공개 변론을 열고,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위헌성을 가리는 심리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뉴시스)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뉴시스)

A 씨는 자신이 대표자로 있는 빌딩 관리단이 수집‧관리 중인 구분소유자관리카드에서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고, 2017년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고소하면서 고소장에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해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범위를 초과‧이용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A 씨는 자신이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아 범죄가 성립하지 않음에도,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함으로써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기소유예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 개인정보처리자만 범하는 ‘신분범’”

헌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는 그 주체를 ‘개인정보처리자’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A 씨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해야 죄가 성립한다”고 지적하면서 “이 사건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빌딩 구분소유자들은 개인이 아닌 빌딩 관리단에 개인정보를 제공했으므로 빌딩 관리단이라는 단체 자체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고, A 씨는 빌딩 관리단 기관 대표자 지위에 있을 뿐이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는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A 씨가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님에도 개인정보처리자만 범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의 성립을 전제로 검사가 내린 기소유예 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A 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A 씨의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 관계자는 “개인정보처리자인 단체의 대표자라는 이유만으로 A 씨에게 개인정보처리자 신분이 있다고 전제한 후 A 씨의 혐의를 인정,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법리오해 또는 수사미진에 의한 것”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는 개인정보처리자만 범할 수 있는 신분범이므로, 만일 A 씨에게 개인정보처리자라는 신분이 없다면 검사로서는 ‘혐의 없음’ 처분을 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거 부족하면 ‘혐의 없음’ 처분해야”

아울러 헌재는 같은 날 카페 내 콘센트에 꽂혀 있던 피해자 소유의 휴대폰 충전기를 가져간 절도 사건에서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B 씨는 올해 1월 제주시 한 카페에서 5시간 넘게 시간을 보냈다. 이 사건 충전기를 발견한 B 씨는 콘센트에서 빼내 소파 위에 놓았다가 자리를 떠났는데, 검사는 ‘B 씨가 카페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콘센트에 꽂혀 있던 충전기를 빼내 가져갔다’며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 의사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휴대폰 충전기는 색깔이 동일하면 크기나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아 혼동할 가능성이 높은 점, 휴대폰 등 각종 전자기기의 충전기는 전자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 물품이고, 한 사람이 여러 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으며, 분실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B 씨가 이 사건 충전기를 반환하지 않았다는 것은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 의사를 인정할 만한 중요한 정황으로 보기 어려워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헌재는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 의사가 없다’는 B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 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절도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검사가 한 기소유예 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써 B 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헌재 관계자는 “절도죄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 의사는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이나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해 입증할 수밖에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이 사건에 나타난 간접사실과 정황사실에 비추어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 사안”이라고 헌재 결정의 의의를 밝혔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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