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그래도 주식이다”

입력 2022-09-22 06:00 수정 2022-09-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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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중소중견부장 대행

“This time it’s different(이번에는 다르다).”

‘월 스트리트의 살아 있는 전설’, ‘영적인 투자가’ 등의 별칭으로 불렸던 존 템플턴이 말한 투자에 있어 가장 위험한 네 가지 단어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인 유동성과 초저금리의 장기화에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또다시 천문학적인 돈을 풀자 투자 시장은 ‘Boom(호황)’이 일어났다.

유동성에 의한 붐은 반드시 인플레이션 등 큰 후유증을 일으키고, 유동성을 거둬들이면 ‘위기’가 찾아온다는 역사에 기반을 둔 우려와 경고를 사람들은 외면했다. 이런 우려에 “이번에는 다르다”며 코인시장에서는 ‘비트코인 1억’, 주식시장에서는 ‘십만전자’, 부동산은 서울 아파트가 홍콩, 싱가포르 아파트 가격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주장 등이 난무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다르지는 않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가속하자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며 열변을 토하던 사람들도 너무 빠르게 식어가는 시장 분위기에 당혹해한다.

그러나 실제 다양한 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은 이럴 때일수록 “그래도 주식”이라고 강조한다. 부동산은 과거에도 3~5년 상승기, 5~10년 침체기를 반복했다. 하락은 1~2년 사이에 끝나지만, 그 하락한 가격으로 횡보하는데 또 5년 이상이 지나야 다시 상승기를 맞이했다.

‘하늘 위에 분당, 천당 위에 판교’로 불리며 최근 가장 뜨거웠던 판교도 2000년대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분양가를 회복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강남 아파트들도 2008년 미 금융위기 직전 최고점을 회복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게다가 이번 부동산 하락이 더욱 걱정되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과거 부동산 상승기에는 아파트 매수 대출만 있었지만, 이번 부동산 상승기에는 전세자금 대출까지 가세했다는 점이다. 즉 아무리 아파트 대출 매입자가 고금리를 해결해도 집값을 유지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전세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입자들도 고금리 전세대출을 유지해야 하는 과거에 비해 두 배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과거에는 예를 들어 강남이 50% 오를 때 강북이 30%, 경기 신도시가 20%, 그 외 지방이 10% 상승하면서 지역적인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상승은 강남, 강북, 경기 신도시 외 지방 곳곳이 폭등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큰 차이 없이 폭등한 아파트가 가격 안정을 찾고 다시 올라가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유동성과 매수자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셋째,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인한 부동산 침체 우려다. 10년 뒤에도 현재의 집값을 회복시키고, 그 이상 끌어올릴 정도의 매수 수요자가 있을까. 그런데도 버티면 아파트는 무조건 오른다는 사람들은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한다. 2008년 미 금융위기 이후 떨어진 아파트 가격을 버티던 사람들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재산세 등을 냈지만, 이제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재산세 등을 낸다. 여기에 10년간 대출 이자까지 계산한다면, 실제 원금 회복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 먼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은 하락할 때는 강남이든 지방이든 하락하고, 상승할 때도 다 같이 상승하기 때문에 내 아파트만 오를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며 ‘가즈아’를 외쳤지만 달러 강세에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역시 상승할 때 다 오르고 떨어질 때도 다 같이 떨어진다. 올라도 개별 코인이 오를 뿐이다.

반면 주식 시장은 다르다. 요즘 같은 하락장에도 오르는 종목들이 있다. 그것도 개별 종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업군별로 움직인다. 최근 ‘태조이방원’으로 불리는 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자력 산업군 종목들이 대표적이다. 또 고환율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과 사우디 네옴시티와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건설, 인프라 기업들도 희망적이다.

이래서 “그래도 주식”이라는 것이 ‘찐 부자’들의 조언이다. 다만 음식에도 유효 기간이 있듯이, 주식투자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이차전지가 좋다고 한없이 좋은 건 아니다. 너무 좋아서 심장이 터질 듯하고, 헤어지면 죽을 것만 같은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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