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대신 자율규제로...“中企·소상공인 기울어진 운동장은?”

입력 2022-06-25 07:00

정부, 자율규제 논의 본격화…소상공인·시민사회 “우려·반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언급했다. 
 (뉴시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언급했다. (뉴시스)

정부가 플랫폼 자율규제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시민 사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IT업계는 자율규제를 반기는 반면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는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자율규제는 논의에 첫발을 뗀 수준이라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플랫폼 이용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관이 함께 TF를 구성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는 수준으로 논의가 진전됐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자율규제기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사실상 지난 정부가 추진하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은 폐기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세계와 거꾸로 가는 플랫폼 정책”…소상공인·시민사회 반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소상공인 업계와 시민사회는 자율규제를 사실상 방임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온플법 도입을 촉구하는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미국과 유럽 등은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와 더불어 시장에서의 독점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으나,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낮은 단계의 규제 내용을 담은 온플법마저 무산될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서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유럽에서도 P2B 규칙(EU이사회 규칙)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자율규제론이 거론됐으나, 최종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의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에 관한 규칙이 제정됐고, 미국도 규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자율규제는 한계가 분명하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에선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를 직접 규제하는 법안 4건(△플랫폼 독점 종식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선택 및 혁신 온라인법 △서비스 전환 허용에 따른 호환성 및 경쟁 증진법)이 하원을 통과했고, 이 중 △선택 및 혁신 온라인법은 올해 1월 상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EU는 빅테크에 불법 콘텐츠 단속 책임을 부과해 이용자를 보호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과 유럽판 구글 갑질금지법이라 불리는 디지털시장법(DMA)를 통해 플랫폼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이 획일적이고 강력한 규제 내용을 담은 반면, EU는 규제 대상 지정 및 제재 종류 결정을 집행위가 면밀한 시장 조사를 거치며 협의하도록 했다.

“플랫폼과 소상공인 간 신뢰 회복 필요”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인근에 새 사옥인 '베이뷰 캠퍼스'의 모습. (캘리포니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인근에 새 사옥인 '베이뷰 캠퍼스'의 모습. (캘리포니아/로이터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플랫폼 규제에 시동을 건 서구와 한국의 상황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플랫폼이 미국과 EU의 주요 규제 대상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GAFA)만큼 압도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아 섣부른 규제가 오히려 산업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선중규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 위한 미·EU 입법 쟁점 토론회’에서 “거대 빅테크가 장악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토종 플랫폼이 경쟁력을 가지고 경쟁 구조를 형성하고, 다양한 업종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경쟁을 벌이고 있어 규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소상공인 업계는 국내 플랫폼의 상황과 해외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성원 사무총장은 “플랫폼 이용사업자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 대한 불공정 사례는 플랫폼 도입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며 “과도한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부담, 일방적인 정책 변경, 소비자 이의제기에 대한 일방적인 책임 전가, 소비자 데이터 독점 등이 대표적”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의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형 플랫폼 업체로부터 불공정 피해를 입었다는 소상공인 비율이 47.1%로 절반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자율규제 논의에 앞서 플랫폼과 자영업자 간 갈등의 봉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환경 경제 분야는 업계 이해 관계자들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과연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서 거래 소비자가 (플랫폼과)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한 불공정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율분쟁기구가 대안을 제시하면, 소비자나 업계 참여자 등 이해 관계자들이 신뢰관계를 갖고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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