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밀 수출 금지한 인도의 속셈...밀값 폭등 놓고 음모론 부상

입력 2022-05-18 16:42 수정 2022-05-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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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올해 60% 이상 오른 밀 가격에 또 한번 비상이 걸렸습니다. 세계 밀 생산량 2위인 인도까지 수출 금지령을 내린 것인데요. 인도의 밀 수출 금지 발표에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 가격은 이날 한때 부셸당 12.47달러로 뛰어올라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인도 정부는 밀 수출 금지와 관련해 자국 내 공급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인도는 원래 밀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가 아니었거든요. 또 정부의 설명과 달리 인도 내부에서는 밀 수출 금지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갖가지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밀 생산량 2위...인도는 왜 밀 수출을 금지했나

인도의 지난해 밀 생산량은 1억900만t으로 중국 다음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인도는 원래 밀을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아니었습니다. 인도산 밀은 전 세계 수출량의 4% 정도로 미미한 수준입니다. 14억 명에 달하는 국민들을 먹여 살리기도 벅차 수출할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최근 인도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달 최고기온이 49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인도 기상청은 “지난 3~4월은 121년 만에 가장 더웠다”고 밝혔습니다. 밀은 열에 매우 민감한 작물이라 수확을 앞두고 폭염이 발생하면 생산량이 줄어듭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의 올해 밀 수확량이 최대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인도 정부의 우려를 키웠습니다. 이미 인도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7.79%를 기록하며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식품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인도가 밀 수출의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이죠.

이전까지 인도가 주요 수출국은 아니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줄어든 밀 부족분을 보충해줄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인도마저 밀 수출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지구촌 식량공급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도 아흐메다바드 외곽의 한 곡물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체로 걸러낼 밀 자루를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REUTERS)
▲인도 아흐메다바드 외곽의 한 곡물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체로 걸러낼 밀 자루를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REUTERS)

인도 농민들은 수출 금지 해제 요구

그런데 정작 인도 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밀 수출을 금지하기로 하자 농민들과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해제해달라는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죠.

인도 현지 매체 인디아투데이는 17일(현지시간) 대표 곡창지대인 펀자브주에서 농민 수백 명이 수출금지 해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습니다. 한 인도 농부는 인디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밀 수출 금지에 대해 “농부들을 망치려는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현지 농부들은 밀 수출 금지가 농민들을 상대로 한 기득권층의 횡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 농부는 매체에 “기득권층은 농민들의 소득이 느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기업들은 이미 밀을 대량으로 비축해 놓았다. 밀 가격은 정부가 아닌 그들에 의해서 통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도 정부의 갑작스러운 밀 수출 규제는 인도 내에서 연쇄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수출길이 막혀 항구 등에 묶여있는 물량은 18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 매체 더 트리뷴은 수출용 밀을 실은 5000대 이상의 트럭들이 하역할 곳이 없어 항구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밀 선적이 되지 않자 선사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수출업자 역시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올해 밀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업자들은 평소보다 비싼 가격에 밀을 사들였는데요. 정부의 조치로 인해 유통처를 국내로 다시 변경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입니다. 이에 일부 곡물 중개업자들은 정부의 조치에 항의하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밀값 상승으로 재미 본 인도...부상하는 ‘음모론’

일각에서는 인도의 밀 수출 금지를 두고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자국 내에 밀이 부족하다는 것은 핑계고, 공급이 감소하기를 기다렸다가 나중에 비싼 값에 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죠.

인도는 이미 밀 가격 상승으로 재미를 봤습니다. 올해 3월까지 약 12개월 동안 인도는 사상 최대 규모인 700만t의 밀을 수출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250% 이상 증가한 규모인데요. 밀 가격이 치솟을 때 밀을 수출량을 늘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인도 정부가 또 밀 공급량을 조절해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우리는 이미 자국민들을 위한 충분한 식량을 가지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만 허락한다면 우리는 전세계에 식량을 공급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불과 한 달 만에 ‘식량 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금지하자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인도가 식량을 무기화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인도는 이웃 국가들의 주요 밀 공급국이었습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네팔, 터키 등은 인도 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인도의 최대 밀 수출국이죠. 이들 나라는 인도의 밀 수출 금지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인도가 식량을 무기 삼아 주변국들을 줄 세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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