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법은 법률가에게, 방역은 방역전문가에게

입력 2022-01-18 05:00

김남현 사회경제부장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2000년 7월 1일 정부는 약물 오남용과 이에 따른 사고로부터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 억제, 의사·약사의 전문성 증진 등을 명분으로 의약분업을 단행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을 훌쩍 넘긴 지금 이는 너무나 당연시되는 말로 자리 잡았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된다고 하더라도 위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위 연령대의 청소년에게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여 코로나19 중증화율이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백신 미접종자 집단이 백신 접종자 집단에 비해 코로나에 감염될 확률이 2.3배 크다는 정도여서 그 차이가 현저하다고 볼 수는 없고, (중략) 특히 청소년의 경우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으로 이르게 될 확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현저히 낮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연거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면서 내놨던 논거들이다. 재판부는 달랐지만 청소년들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위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봤고, 감염 확률 2.3배에 대한 가치 판단도 있었다.

또, 비슷한 시기 같은 서울행정법원에서는 3000㎡ 이상 대규모 방역패스 적용 효력 정지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리는 결정도 있었다. 이 같은 결정에 방역정책은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당국은 17일 부랴부랴 학원, 독서실, 박물관, 영화관, 대형마트 등에 대한 방역패스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대목이 있다. 우선, 행정행위에 대한 가처분 성격의 소송에서 마치 본안소송과 같은 판단을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절차적 하자 등만을 다투고 판단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두고 너무 협의(좁은 범위)의 해석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알지만 말이다.

다음은 판사는 법률 전문가라는 점이다. 법리적 판단을 넘어 의료 영역까지 판사가 의사인 양 판단하는 것은 선을 넘어도 너무 넘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약을 놓고도 일반인에게는 누가 해도 별다를 것 없을 것 같은 의사와 약사 간에도 의약분업이 정착돼 있음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말이다.

이런 와중에 당장 신규 확진자 중 10대 이하가 10명 중 3명에 육박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신규확진자 4194명 중 10대 이하 연령층 비중은 27.71%(1162명)에 달했다. 이 중 0~9세는 13.26%(556명), 10~19세는 14.45%(606명)에 이른다. 비중 기준으로 한 달 새 각각 1.3배에서 1.5배가량 증가한 것이다(작년 12월 15일 기준, 10대 이하 20.33%·1596명, 0~9세 10.85%·852명, 10~19세 9.48%·744명). 같은 기간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3분의 1가량 감소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30.41%·2387명→11.16%·468명) 반면, 16일 기준 예방접종률을 보면 18~19세는 90.3%(2차 기준)인 데 반해, 12~17세는 절반 수준인 52.0%에 그치고 있다. 12~17세의 경우 한 달 전(38.9%)과 비교하면 증가한 편이지만, 이 연령대만 보면 위드코로나를 시행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그렇잖아도 우리 사회는 복잡다기해지고 있다. 때문에 과거 사법고시 같이 시험만 통과하고, 사법연수원 성적순으로 판검사를 임용했던 절차도 바뀌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오만 가지 사건을 다루고 판단해야 하는 판검사가 그저 법조문만 달달 외웠을 뿐 사회 경험이 일천한 데 따른 문제점들이 많았다는 점을 법조계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재난 영화가 있었지만, 그 시나리오 전개를 보면 일관된 스토리가 있다. 즉, 관련 전문가의 경고와 이를 무시한 정책결정자, 이후 터진 재앙과 혼란, 그리고 전문가가 나서 이를 해결하는 수순이다. 중간중간 근거 없는 소문이나 당국자들의 아집으로 문제가 커지는 상황 역시 어김없이 등장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확산)은 2년 넘게 전 세계를 덮친 재앙이다. 끝나는가 싶다가도 오미크론 등 각종 변이바이러스가 출현하면서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의사와 방역전문가들을 믿고 따르는 게 옳은 판단일 것이다. 또, 여러 우려 속에도 묵묵히 2차 예방주사까지 접종한 절반 넘는 청소년에 대한 배려도 생각했었어야 했다.

법은 법률가에게, 방역은 방역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kimnh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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