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D-10] 인력ㆍ재정난 심각한 중소기업, 업주 처벌 사실상 무방비

입력 2022-01-17 05:00 수정 2022-01-17 08:39

이해도 부족에 대응력 떨어져…54% "시행일까지 준비 못해"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 사고 현장 모습. ( (연합뉴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 사고 현장 모습. (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이 1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기업계는 비상이다.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어설픈 수준으로 대응하거나 인력·재정적 여건이 녹록지 않아 준비 조차 못 하는 등 사실상 무방비인 경우가 태반이다. 법 준수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 경영마저 위태로울 수 있어 정부의 지원과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재해의 약 80~90%는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산재가 중소사업장에서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의 칼날이 중기업계를 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대재해법과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의 가장 큰 차이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위반자로 본다는 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의 총괄 안전보건책임자를 위반자로 본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책임자의 부재는 곧 기업의 존폐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기중앙회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시행일 맞춰 중대재해법을 준수하기가 어렵다고 한 중소기업이 53.7%로 절반을 넘어선다. 특히 그 이유에 10명 중 4명이 ‘의무·이해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고,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인 ‘적정한’ 조직과 인력, 예산 등은 여전히 논란이다.

중기중앙회는 최근 중소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관리 수준과 현장 실행력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비금속 광물 제품 제조업체(A·50인 미만)와 1차 금속 제조업(B·100인 이상), 기계 및 장비 제조업체(C·100인 미만), 1차 금속 제조업체(D·100인 이상),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체(E·100인 미만) 등 5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5곳 중 한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방침과 목표 설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중대재해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매뉴얼을 마련한 곳은 단 2곳이었다. A, C, D기업 3곳은 추락과 화재, 끼임, 화학물질 누출 등 위험 요인에 대한 파악조차 하지 않았고, 대응 매뉴얼도 없다. B, E기업은 중대재해에 대한 대응조치는 수립했지만 반기별 1회 이상 점검해야 하는 조건은 충족하지 못했다. 사고 발생에 완벽하게 대비한 기업이 없는 셈이다.

또 5곳 모두 안전보건 전문인력을 배치하거나 관련 사안을 외부 기관에 위탁했지만, 안전보건관리 책임자가 업무를 충실하게 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은 없었다. 관련 예산을 따로 분리하지도 않았다. 중기중앙회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같은 실정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중대재해가 한 번만 발생해도 사업주가 감옥에 갈 수 있다 보니 현장 인력을 중대재해 대응 인력으로 발령해 현장 인력이 줄어든다는 호소도 나온다.

배달업계도 중대재해법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륜차 사고는 교통환경,운전자의 부주의, 숙련도 등에 따라 사고 유형이 다양한데 법 적용이 되면 수많은 범법자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법 적용에서 제외돼 업체들이 관리자를 4명만 채용하고, 수많은 배달기사와 위탁 계약을 체결해 법 망을 피할 것이라는 사각지대 논란도 일고 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대재해법은 사업주의 책임이 강해 현장 중심의 지원을 강화해 법 준수 의지가 있는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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