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문외한' 그녀가 입주자 모집 요강을 보내왔다

입력 2021-11-26 06:00

수도권 집값이 2년 넘게 치솟으며 파죽지세로 치닫고 있다. 중간 수준의 가격대를 뜻하는 서울 아파트의 중위매매가격마저도 10억 원을 넘은 지 오래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이번 주(22일 기준) 0.18% 올라 오름세를 이어갔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2019년 8월 넷째 주(0.02%) 이후 118주 연속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자가 거주하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는 시세가 5억~8억 원으로 예년보다 올랐지만 서울에 그런 저렴한 아파트가 어디 있냐며 믿지 않는 이도 있을 정도다.

무주택자로서 집값이 올라 좋은 점은 딱 한 가지다. 집값 동향 기사 작성 시 어렵지 않게 신고가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신고가를 비교하기 위해 2~3년 치 실거래가 데이터를 뒤져봐야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최근 거래가 곧 최고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도 집값 얘기만 나오면 굳은 얼굴로 열변을 토하곤 한다. 지인인 A 씨는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생활비도 아껴가며 저축해왔지만 집을 구할 돈은 없었다”며 “전세계약이 만료돼 다른 집을 알아보다가 제일 저렴한 곳도 마지노선을 한참 넘기는 바람에 부모님께 1500만 원 정도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부동산에 문외한인 여자친구가 수도권의 한 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요강을 보내왔다. 전세가 무엇인지, 전매제한이 무슨 제도인지 부동산에 관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그녀가 말이다. 연일 집값 하락을 자신하는 정부가 못 미더웠을까. 결혼을 앞두고 집을 구하지 못할까 두려움이 깔렸을 것이다.

결국, 3기 신도시 공급이 집값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신혼집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해서라도 사들여야 할지 전세를 구해야 할지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정부는 숫자의 규모를 내세워 매수심리를 잠재우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도권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주거상황의 불안은 결국 부동산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무주택 수요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해선 속도도 중요하지만 디테일한 대안 제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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