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버블 퇴치 나선 중국, 헝다 사태로 나타난 ‘양날의 검’

입력 2021-10-23 06:00

정부, 부동산 시장 연착륙 목표…성공 보장할 수 없어
부채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 버블 퇴치 운동 직접적 타깃 돼
부동산 투자 5% 줄면 성장률 최대 0.7%포인트 축소

▲중국 상하이 헝다 건물 앞에 중국 국기가 보인다. 상하이/EPA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헝다 건물 앞에 중국 국기가 보인다. 상하이/EPA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주택 버블 퇴치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부유층 등이 투기 목적으로 공격적으로 집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빈부 격차가 확대되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당국은 규제 강화에 따른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달리 시장이 소폭 조정에 성공할 것으로 보장할 수 없다. 또 중국 부동산 시장 규모는 60조 달러(약 7경842조 원)에 달해 이 시장이 쓰러지면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수밖에 없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진단했다.

중국 주택 가격은 1990년대 이후 높은 경제성장에 힘입어 상승해왔다. 여러 차례 거품이 우려돼 당국이 통화정책 소폭 긴축과 주택 취득 규제 등으로 견제하면서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상승 추세는 바뀌지 않았다.

HSBC홀딩스의 취훙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규제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고 단언했다. 그는 “빈부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배경에 있어 당국이 규제 강화를 후퇴시킬 수 없다”며 “부동산에 있어서 레버리지(부채 의존) 해소도 시급하고 일부에서 유동성 고갈도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부동산 개발업체를 대상으로 △총자산 대비 부채 비율 70% 이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 100% △단기부채를 웃도는 현금 보유 등 3가지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올해 들어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도입하거나 강화한 부동산 관련 규제는 300건을 넘는다.

이런 주택 버블 퇴치 운동에 노출된 것이 바로 헝다그룹 등 부동산 개발업체들이다. 차입 의존도가 높은 헝다는 레드라인을 충족시키지 못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렵게 됐으며 결과적으로 일부 채무를 기한 내 상환하지 못했다.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교수인 마이클 페티스는 “중국 당국은 부채가 가장 많은 분야인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채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채무 급증에 직접 대처하고 투기를 억제,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려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당국은 헝다를 놓고 채권자들과 대결하기로 했다”며 “비생산적인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을 축소시켜 중국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다. 버블이 붕괴하면 그 영향은 주택뿐만 아니라 금융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우려가 있다. 이에 당국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헝다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에 타이트한 은행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과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9월 29일 회의를 열고 금융기관에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발전과 주택 구매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헝다 사태로 아파트 구매 대금을 선지급하고도 입주하지 못하거나 환불받지 못한 주택 구매자가 속출하자 당국은 구매자의 권리를 최우선시해 혼란을 방지하려는 자세를 선명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버블이 매우 커서 당국 의도대로 연착륙에 성공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8월 ‘정점에 달한 중국 주택시장’이라는 논문에서 “중국의 부동산 붐은 국제적인 기준에서 보면 전례 없는 규모”라며 “소득 증가가 높을 때는 정당화됐지만, 향후 고령화와 투자 수익 감소 등으로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 커지는 수급 불균형을 보면 주택시장의 장기 조정을 어떻게 해나갈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중국에서 집값 상승을 일으킨 주요 요인은 투기 목적으로 2, 3채의 주택을 취득하는 것이었는데 가격이 오르지 않게 되면 이들 투기 세력이 주택을 매각, 가격 하락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닛케이는 경고했다.

당국은 주택 구매자를 보호하면서 부동산 개발업체 도태를 진행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2, 제3의 헝다가 나타나는 등 산발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부동산 투자는 고정자산 투자 전체의 20~25%를 차지한다”며 “이번 혼란으로 부동산 투자가 5% 줄면 직접적 영향만으로 경제성장률을 0.3~0.4%포인트, 간접적인 영향을 포함하면 0.6~0.7%포인트 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주택 비중도 60% 정도로 미국의 2배 수준”이라며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버블이 일으키는 것보다 더 큰 사회와 정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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