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시간표 빨라지나…홍남기 “글로벌 인플레 장기화 대비 필요”

입력 2021-10-14 16:29 수정 2021-10-14 18:21

연준, 11월 또는 12월 테이퍼링 실시 가능성 시사
G2 물가 상승세 가속…중국 생산자물가 상승률 사상 최고
신흥국 환율 압박…한국 수입물가 7.7년 만에 최고치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29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D.C./신화뉴시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29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D.C./신화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다음 달 중순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더 악화하면서 연준이 다소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신흥국 통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등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가 짙어졌다. 한국 정부도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위원들은 다음 회의(11월)에서 테이퍼링을 시작하기로 한 경우 11월 중순이나 12월 중순에 해당 프로세스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연준의 다음 FOMC 정례회의는 내달 2~3일에 열린다.

회의록에는 매월 미 국채는 100억 달러(약 11조9000억 원)씩,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씩 각각 매입 규모를 줄여나가는 구체적인 테이퍼링 방법도 제시됐다.

그간 시장에서는 연준이 테이퍼링 발표 시점과 실질적으로 자산매입을 축소하는 시점 사이에 시차를 둠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이날 회의록은 연준이 11월에 테이퍼링 발표와 함께 곧바로 정책을 시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즉 긴축 시간표가 빨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날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기존 분석과 달리 더는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CPI는 전년 동기 대비 5.4% 올라 2008년 이후 최고치였던 6, 7월과 같았다.

WSJ는 “연준의 테이퍼링 일정은 불과 몇 달 전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다”면서 “이는 올해 물가 상승이 연준 위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부분적으로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려면 테이퍼링이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물론 중국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10.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신흥국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이미 러시아와 칠레,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은 달러 강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연준의 긴축 행보에 보폭을 맞추려다 자칫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칠레는 이날 기준금리를 1.50%에서 2.75%로 1.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린 것이다.

이미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지속, 중국 경기둔화 우려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도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원화로 환산한 수입 제품의 전반적 가격 수준이 5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24.58로 8월(121.61)보다 2.4% 상승했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 5월 이후 5개월째 올랐고, 지수 절대 수준(124.58)은 2014년 2월(124.60) 이후 7년 7개월 내 최고 기록이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열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최근 환율 상승세에 대해 “글로벌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 강세, 국내의 해외증권 투자 급증에 따른 수급 등 대내외적인 요인이 작동한 것”이라며 “환율 상황이 우려했던 것만큼 진행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투기적 요인에 의해 환율이 급등락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로서는 면밀하게 환율 동향을 관찰하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안정화 조치를 언제든지 준비하고, 필요하다면 조치를 실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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