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중소형증권사에 드리워지고 있는 제2의 저축은행 그림자

입력 2021-10-12 10:47 수정 2021-10-12 10:54

설경진 자본시장부 차장

2000년대 중반부터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자, 저축은행들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으로 부동산 경기가 꺽이자 저축은행들의 부동산PF는 부실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저축은행들이 대거 파산하면서 사회ㆍ경제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했다.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난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부동산PF문제는 저축은행에서 중소형증권사로 바뀌었을 뿐,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부동산PF대출은 크게 ‘본 PF’와 ‘브릿지론(Bridge Loan)’으로 크게 나뉜다. 시행사가 직접 토지 매입했거나 땅 주인들에게 10%의 계약금을 내고 약정서를 받고, 시공사 공사 도급 계약서에 인허가까지 마무리된 사업장에 땅값과 공사비를 대출해주는게 ‘본 PF’다.

요즘같이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리스크가 낮아 은행권이나 대형증권사에서 저리에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중소형증권사나 제2금융권은 ‘본 PF’ 경쟁력이 떨어져 ‘브릿지론’에 집중한다.

개발부지 땅주인들에게 주는 10% 계약금과 본PF 대출을 받기 전까지 들어가는 사업경비가 필요한데, 이 때 대출해주는게 ‘브릿지 론’이다.

1000억 원 토지를 매입해 수천억 원대의 아파트를 분양하겠다는 사업에 땅값의 10%, 100억 원 마저 돈을 빌려서 개발을 하겠다는 사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고위험 대출인것이 자명하다.

물론 성남 대장지구와 같이 토지매입을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강제로 수용하고, 인허가 문제도 해결하는 구조의 부동산PF ‘브릿지 론’은 위험이 낮아 쉽게 빌리겠지만 일반적인 경우 ‘브릿지 론’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제2금융권은 커녕 사채업자를 찾아가 고리 돈을 빌려야 한다.

고위험이다보니 ‘브릿지 론’은 최종 성사가 되면 기존 투자금의 2~3배 이상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불나방 처럼 뛰어 들고 있다. 일부 중소형증권사 중에는 심지어 인허가도 불투명한 단계의 사업부지에 아예 일부 토지 매입을 직접 해주거나 대출을 해주는 등 사실상 시행사 초기 단계의 일을 직접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법정 최고 이자한도를 받으며, 이외에 컨설팅 수수료 등의 여러 각종 명목으로 추가적인 돈을 받기도 한다고 한다. 편법을 통한 불법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시행사는 A증권사 등을 상대로 금융수수료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A증권사 등은 PF대출의 10%를 금융자문수수료, 금융주선수수료, 대출취급수수료, 대출약정수수료 등 여러 명목의 수수료를 PF대출외에 추가로 받아간 것이다.

이를 시행사가 과다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증권 등이 받은 수수료 중 30%를 반환하도록 판결했다.

게다가 리스크가 큰 사업장의 브릿지 론 브로커들도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한다. 대출 브로커들은 대부분이 금융사가 아닌 시행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낸다. 이는 명백한 알선수재로 이어질 수 있는 범죄다.

과거 저축은행사태 원인이었던 부동산 PF 중 특히 부실이 심했던 것은 대부분 착공에 들어가기 이전 ‘브릿지 론’이었다. 금융당국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 트라우마로 부동산PF에 대한 각종 규제와 검사를 주기적으로 한다고는 한다. 하지만 ‘브릿지 론’, 특히 법정한도 이자율 근처로 받는 고금리 브릿지론들에 대해서는 세밀하고 집중적인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파산한 저축은행 PF사업장은 총 758개나 달했다. 예보를 통해 6조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파산한 저축은행 부동산PF 사업장은 지난해 말 기준 4000억 원을 아직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10년이 지나도 완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재발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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