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코로나19가 일깨워 준 농업 외교

입력 2021-08-06 05:00 수정 2021-08-06 08:58

김재수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코로나19는 대한민국 외교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자본 중심의 ‘경제외교’에서 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생명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사람 생명은 물론 동물 생명과 지구의 생명도 고려해야 한다. 사람 생명에 위험한 지구 상의 바이러스는 160만 개이나 밝혀진 것은 3000개 정도이다. 사람과 동물에 공통으로 발생하는 인수공통 바이러스 50만 개 중 밝혀진 것은 0.2% 정도에 불과하다. 새로운 바이러스로 다시 인류 위기가 올 수 있다. ‘생명 외교’는 ‘생명 자본주의’와 통한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포스터 코로나 시대는 생명 자본주의 시대’라고 한다. 생명 자본주의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나 기존의 자본주의와 맥을 달리한다. 기존의 자본주의가 경쟁, 착취 위주의 제도라면 생명 자본주의는 ‘공존’이나 ‘공생’을 중시하는 인간 자본주의로 이해하면 된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문제에 치중하다 글로벌 어젠다를 놓쳤다.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이 서명됐고,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서울 선언문’도 발표됐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서울 선언의 핵심도 물, 에너지, 식량과 농업이다. 선언문에 우리 주장을 넣는 것도 중요하다. 식량과 농업, 지구와 환경, 사람과 동물의 생명을 포괄하는 글로벌 어젠다를 주도해야 한다. 새로 치고 나갈 글로벌 어젠다로 ‘생명 외교’나 ‘생명 자본주의’가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어젠다를 주도해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녹색성장’(Green growth)이라는 어젠다를 치고 나가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때는 ‘창조경제’를 추진했으나 시간이 부족했고 실천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 K방역’에 안주하다 길을 잃었다. 글로벌 이슈를 선점하여 주도할 기회를 놓쳤다. 식량 지원이 대표적 사례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해마다 5만 톤의 쌀을 아프리카, 중동 등 여러 나라에 원조하고 있다. 6·25 전쟁으로 가난하고 빈곤한 대표적인 ‘식량원조를 받는 국가’였다. 1977년 통일벼 개발을 통해 단기간에 식량 자급을 하고 이제 ‘식량원조를 주는 국가’로 전환했다. 세계적인 성공 스토리이다.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19가 수년간 지속되자 식량 위기를 걱정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조만간 복합기근( multiple famine)이 올 것으로 예상하며,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49개 국가가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한다고 본다. 숫자로는 약 2억7000만 명이 기아상태이다. 8월 3일 기준, 세계인구는 78억8366만 명을 기록했다. 기아인구는 8억1000만 명 수준이다. 시급한 것이 식량 지원이다.

글로벌 식량 지원을 코로나 19와 연계해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으나 큰 그림을 보지 못했다. 기회는 있다. 9월에 개최될 유엔 푸드시스템 정상회의(UN Food Systems Summit)를 잘 활용해야 한다. 사전 각료급 회의에서 식량의 중요성, 빈곤 타파, 질병 퇴치를 강조했다. 지난 6월 영국에서 개최된 G7회의에서도 코로나 극복과 ‘더 나은 재건’을 강조했다. 공통으로 식량의 중요성, 빈곤 타파, 질병 퇴치, 농업, 지구환경을 강조한다. 이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경쟁력이 있고 성공 스토리가 많다. 푸드시스템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은 주도적 역할을 해야, 7월 2일 UNCTAD에서 격상된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인할 것이다. 전략과 지혜, 글로벌 인식과 실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최근 농업부문의 외교활동이 눈에 띈다. 농촌 진흥청이 외교부와 합동으로 중남미에 농업협력 사절단을 파견해 현장 중심의 기술 협력외교를 펼쳤다. 파키스탄에는 코피아(KOPIA) 센터라는 농업기술협력센터를 설치해 큰 박수를 받았다. 코피아 센터는 후진국에 우리 농업기술을 보급하는 사업이다. 코로나 19로 개점 휴업 상태인 정부 타 부처와는 대조적으로 적극적인 농업외교를 펼치고 있다. 현지 국가들의 호응도 좋다. 코피아 센터는 대륙 차원의 협의체로 확대되어 아시아 지역 8개국은 ‘한·아시아 지역 협의체’, 아프리카 지역 7대국은 ‘한·아프리카 지역협의체’, 중남미 5개국과는 ‘한·중남미 협의체’로 발전됐다. 한·중남미 간의 지역 협의체 활동은 정상들 간의 공동 선언문에서 다룰 정도이다. 종자, 양잠, 기계, 토양 분야의 농업협력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09년 필자가 농촌진흥청장 재직 시 시작한 코피아 센터 사업은 이제 전 세계 22개국에 설치돼 명실상부한 농업 외교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디지털 친환경’ 농업에 대한 세계 각국의 러브콜도 나날이 증가한다.

단기의 물적 지원보다 장기 해외 협력 플랫폼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 체제 개선, 정보화 촉진, 산업화 지원 등 후진국 지원외교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물량 지원은 해당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프리카 원조가 아프리카 국가를 죽이고 있다”는 잠비아 학자 담비사 모요(Dambisa Moyo) 박사의 주장을 새겨야 한다. 선심성 물량지원은 부패한 정권을 더욱 부패하게 한다.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 우리 외교의 수직적. 수평적 역량 전환도 필요하다. 코로나 19는 세계 속의 우리 위상을 일깨워 주고 새로운 역할을 펼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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