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르포] “얼음값이 더 들어”…. 코로나보다 무서운 폭염

입력 2021-07-23 18:04 수정 2021-07-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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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 노점상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2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 노점상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거리 두기보다 폭염이 더 문제야. 손님도 없는데 생선까지 상하겠어.”

폭염 특보가 발효된 23일 오후 14시. 서울 중구 광장시장 내부는 한증막에 온 듯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줄지어 늘어져 있는 생선 진열대 아래에는 녹은 얼음물이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 줄줄 흘렀다. 시장 골목 거리는 상인들이 무기력하게 부채 부치는 소리와 더운 바람을 내뿜으며 탈탈 움직이는 선풍기 소리만 가득했다. 이날 서울 체감온도는 39도까지 치솟았다.

생선 점포를 운영하는 김순자 씨(69)는 조그마한 선풍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생선 아래 깔아둔 얼음이 지금 다 녹고 있는데, 팔아서 버는 돈보다 얼음값이 더 많이 든다”라며 “오늘 3마리 밖에 못 팔았는데 저녁에 전부 상할까 봐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중부건어물시장 골목 내부가 한산하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23일 오후 서울 중구 중부건어물시장 골목 내부가 한산하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떡집 앞 가판대에는 10여 개도 안 되는 떡들이 놓여있었다. 하루 판매량은 이보다도 더 적다.

최근 떡집을 개업했다는 이 모 씨는 “거리 두기 4단계 시행 전보다 3분의 1가량만 떡을 만들고 있는데 이마저도 다 못 팔아 저녁에 옆 가게나 주변 상인들에게 나눠준다”라며 “거리 두기와 무더위가 좀 사라지면 손님이 많이 올 거라 기대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기다려야지 별수 있겠냐”라며 체념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광장시장 상인들이 선풍기를 쐬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23일 오후 서울 중구 광장시장 상인들이 선풍기를 쐬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아무 말 하지 마라. 가만히 있어야 안 더워”

햇빛에 그대로 노출된 의정부 제일시장 외각 노점상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입구에 줄지어 있는 떡볶이, 김밥, 잔치국수 등 조리가 필요한 점포들은 천막을 내린 채 영업을 안 하고 있었다.

제일시장에서 떡볶이를 판매하고 있는 이 모 씨(65)는 “저기 가게들 더워서 오늘 쉬는 거야”라며 “여기는 주변에 냉방기와 인공폭포도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연장됐다는 기자의 말에 이 모 씨는 긴 한숨을 뱉으며 “먹고 살기 바빠 뉴스를 챙겨보지 못해서 몰랐다”라며 “그래도 자주 와주는 단골손님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2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이 더위에 지쳐 앉아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2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이 더위에 지쳐 앉아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반찬가게 주인 최 모 씨는 “선풍기에 물을 뿌리면서 겨우 버티고 있는데 빨리 무더위가 끝났으면 좋겠다”라며 “거리 두기 4단계로 격상되고 나서 손님이 절반 이상 끊겼는데, 젊은 손님은 거의 안 오고 그나마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가게를 찾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생닭을 팔고 있는 박 모 씨(58)는 “닭이 도통 안 팔려서 음식이 상할까 봐 냉동실에 넣어놨다”라며 “아까 텔레비전 뉴스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연장됐다고 하는데 다음 주도 손님이 없지 않겠느냐”라며 푸념했다.

정육점 상인 이 모 씨는 “올해 너무 더워서 이동형 대형 냉방기를 하나 장만했다”라며 “덥지만 않으면 손님이 바글바글한 시간인데 거리 두기보다 폭염이 더 무섭다”라고 전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중부건어물시장이 한산하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23일 오후 서울 중구 중부건어물시장이 한산하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오후 3시 서울 중부건어물시장 골목에서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가게는 문을 닫았다. 몇몇 상인들은 점포 안에서 연신 부채질을 해대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간간이 전기 파리채가 작동되는 소리만 들려왔다.

멸치 점포를 운영하는 이 모 씨는 “벌레 퇴치기를 설치해 놨는데 파리가 계속 꼬인다”라며 “코로나에 무더위까지 악재가 겹쳤는데, 이렇게 손님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 장사해 하루하루 먹고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견과류 판매점 상인 김 모 씨는 “코로나에 무더위까지 악재가 겹쳐 이렇게 손님이 없었던 적은 드물다”라며 “하루 장사해 하루 먹고 살고 있는데 건어물은 (상할까 봐) 잘게 나눠서 밀봉해 팔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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