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가상자산 과세, ‘선정비 후과세’가 원칙이다

입력 2021-06-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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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세금은 문명사회의 대가”라는 말이 있다. 이는 미연방 대법관을 지낸 올리버 웬델 홈즈가 남긴 유명한 말로 이 문장은 미국 국세청(IRS) 건물의 전면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세금을 통해 조성된 재원으로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국가 발전에 필요한 재정 지출을 할 수 있다. 납세는 시민들의 의무이지만 이와 동시에 정부는 이를 토대로 문명화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몇 해 전 우리 경제에 ‘가상자산’이라는 존재가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부정적 입장이었던 정부는 시장규모, 투자피해 등 이슈가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고 나서야 앞뒤 맥락 없이 가상자산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내세운다. 왠지 제대로 된 역할은 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것 같아 어색한 느낌마저 든다.

가상자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정부의 대답은 수년째 시종일관 “모른다”였다. “화폐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닌 ‘그 무엇’일 뿐이라는 것. 법 테두리 밖에서 돌아가는 투기시장이라고 치부하고 돈을 잃든 벌든 알아서 하라며 사실상 손을 놓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소득이 있으니 세금을 거둬야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국민에 대한 기본적 예의가 아니다.

세율이나 형식 등에 차이는 있으나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주요국들도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소득에 과세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는 ‘자산’, ‘금융상품’ 등 어떤 형태로든 가상자산의 존재를 인정하고 관련 규제체계를 마련해 시장 안정 및 이용자 보호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우리와 결정적 차이가 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만 해도 그렇다.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은 금융위원회가, 블록체인 기술 및 산업 발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는다며 책임 분산을 공식화했다. 그러더니 몇몇 언론에서 금융위가 가상자산 주무부처로 정해졌다고 보도하자 금융위는 ‘주무부처’가 아니라 ‘주관부처’라며 설명자료까지 배포했다. 실무는 담당하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의미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과세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세금을 거둘 타이밍은 아니다. 우선 결정된 주무부처 주도하에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개념 정의, 거래소 플랫폼 투명화 등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장치 마련 등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별단속’과 같이 관계기관의 행정적 재량행위에 의존하는 형식이 아닌, 제대로 된 구체적 규제체계 마련을 통해 사각지대를 제거해야 한다.

필자는 무리한 과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달 12일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과세를 시행하되 예정된 과세 계획을 일단 1년 유예하고 그 사이에 시장을 정비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 골자다. 물론 1년 뒤에도 준비가 미흡하다면 계속 유예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세 행정이 시작되기 전 시장이 정비되고 필요한 조치들이 시행돼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과세 이전에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가상자산은 현행법령상 금융 행위도 아니고 그 이용자들 역시 투자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 정보통신 서비스 수준의 기본적인 보호조치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 4월까지 가상자산 관련 피해 금액이 5조5583억 원에 달한다. 이는 유사수신·다단계 사기 등 범죄행위에 의한 피해다. 이용자들이 스스로의 선택(투자)에 대한 책임(손실)과 무관한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피해를 당하더라도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뒤에 가상자산 관련 소득에 대한 과세를 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부터 제공된 후에 과세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와 예의를 지키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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