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의 한반도와 세계] 5·21 한미정상회담에 바란다

입력 2021-05-14 05:00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지금까지 드러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요약하면, 정책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고, 정책수단은 외교와 억지이고, 접근방법은 단계적 접근이다.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지 않은 것은 북한에 일방적인 핵포기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6·12 싱가포르 성명 등을 존중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외교는 대화에 강조점이 있고 억지는 경제적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방점이 있다. 대화 중시는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억지는 미국의 국내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에는 보상이 없고 북한의 도발 시에는 새로운 대북제재와 한미연합훈련 강화 등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단계적 접근은 북한 핵프로그램의 동결·축소·폐기라는 단계적 과정을 거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대결보다 대화를 중시하고 불신의 상태에서 일괄타결이 아니라 단계적 이행을 통해 신뢰를 쌓아 간다는 점에서 현실적·실재적 관여정책이다. 그러나 정상회담보다 실무회담을 중시함으로써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북한의 도발 시에 대화냐 억지냐의 선택이 불분명하다. 대화에는 보상이 없다는 것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지닌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은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의 담화에 나타난다. 권 국장의 담화는 기싸움의 성격도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획기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을 비판한다. 담화의 주체가 국장급 실무자이고, 담화의 시점이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연설 4일 후이고, 바이든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중하면서도 수위를 조절한 느낌이다. 북한은 아직도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적인 대북정책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미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아직 이르다. 바이든 행정부의 세부적인 대북정책 논평이 진행 중이고 대북특별대표 등의 인선도 완료되지 않았다. 대화를 중시한다면 대북특별대표 인선으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북한도 경제발전5개년계획과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내치에 집중하고 있다. 미·중갈등과 남북관계 단절 상황 속에서 북미 간 공식적인 접촉 시기를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

북미 간 대화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뉴욕 채널을 통한 이메일이나 전화접촉이 출발점이다. 판문점 또는 제3국에서 실무대화를 하고 특사 상호교환방문을 한 후 판문점 또는 제3국에서의 고위급회담 순으로 진행될 듯하다. 물론 대화의 입구나 대화의 와중에 미국이나 제3국에서 1.5 또는 투 트랙 대화도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관료들이 북한 인권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거나 북한이 자위권 운운하면서 도발을 하고, 미국이 새로운 대북제재를 가하고, 전단살포나 한미합동 군사훈련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조성되면 양측 간 접촉과 대화는 언제든지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 5·21 한미정상회담이 중요하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미정상회담은 북미 간 협상 재개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양 정상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좀 더 유연하고 구체적인 대북접근 메시지를 발산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미대화 의지를 직접 피력하면서 6·12 싱가포르 합의 등 기존의 북미 간 합의를 준수하고 대북정책특별대표 임명에 대한 입장도 밝힐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의 설득·노력이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99년 페리 프로세스와 2018년 싱가포르 합의서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의 결과임을 잘 안다. 문 대통령은 4개 항의 싱가포르 합의에 기반을 둬서 초기 단계의 이행조치를 만들되 북미 간 신뢰 회복을 위해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종전선언 우선 추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의 협의하에 한미정상회담 직후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과 정상회담 결과를 대북특사나 친서형식을 통해 북한에 설명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5·21 한미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다시 시동을 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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