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상생채권신탁시스템’, 건설업계 ESG 경영 물꼬 튼다

입력 2021-05-05 07:52

건설사가 망하면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회사로 찾아가 시위를 한다. 이들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라”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망한 건설사에서 돈을 받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건설사에 발주를 준 시공사를 찾아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들이 “이미 우리는 건설사에 공사대금을 줬다”고 말하면 받아낼 방법은 요원하다. 결국, 규모가 작은 하청업체는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건설사와 함께 부도가 난다.

이 같은 상황은 건설업계에선 익숙한 과정이다. 물론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 드는 소송비와 업무 지연으로 인한 수익단절은 하청업체가 감당하기 힘들다. NH투자증권은 고질적으로 이어져 왔던 건설업계의 하도급지급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을 만들었다. NH투자증권의 ‘상생채권신탁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건설사의 부도로 하청업체가 임금 체불 등을 겪지 않아도 된다.

5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최근 DL이앤씨와 한진중공업은 NH투자증권의 ‘상생채권신탁시스템’을 통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덕분에 이들 기업이 진행하는 공사에 참여하는 하청업체들은 임금 체불 등의 우려를 덜게 됐다. 건설현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좋은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상생채권신탁시스템’은 쉽게 말해 신탁사가 하도급대금을 관리하는 것이다. 하나의 건설현장에는 수급인(대형시공사)이 있고, 이들이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주는 하수급인(전문건설사)이 있다. 하수급인은 또다시 재하수급인을 고용해 인건비, 자재, 장비대금 등을 지급해 건설 현장 일을 진행시킨다.

문제는 하수급인이 부도가 나는 경우다. 지난 IMF때는 물론,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경기침체가 지속하면서 건설회사들이 부도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되면 재하수급인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파업을 하게 된다. 이미 수급인이 하수급인에 지급한 하도급대금이 가압류가 된 상태라면 재하수급인은 법적 분쟁을 벌여 돈을 받아내야 겠지만 이 과정은 쉽지 않다.

실제 모 건설 현장에서 하수급인의 부도로 하청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던 10개의 재하수급인이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다. 이들은 수급인을 상대로 법적 분쟁에 나섰다. 이 중 하도급대금을 받은 회사는 한 곳에 불과했다. 수급인이 하수급인에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전 ‘직불청구’를 했고, 그 청구가 수급인에게 도달했다는 사실을 증명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급인이 ‘상생채권신탁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면 재하수급인은 이런 어려움과 불안감을 겪지 않아도 된다. 하수급인이 보유한 하도급대금을 신탁사에 신탁하게 되면, 해당 기업에 부실이 발생해 공사대금에 대한 가압류가 들어와도 신탁사가 보유하고 있는 하도급대금은 건드릴 수 없다. 이렇게 보전된 하도급대금은 신탁계좌에서 현장 노동자, 자재 장비업자 등에게 직불이 가능해 임금체불로 인한 공정지연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강승완 재산신탁부장은 “하수급인이 보유한 하도급대금 청구 채권에 대해 신탁계약 체결이 이뤄지면 하수급인의 부실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기존 수급인이 사용하는 자금집행프로세스를 그대로 이용하다가 하수급인의 부실 발생이 우려되거나 발생할 경우에는 신탁사 계좌로 입금하여 하도급 대금을 집행하는 것으로 변경하면 된다”면서 “수급인의 경우 기존 자금 집행 프로세스를 변경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도급사와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가장 중요한 기성금(수급인으로부터 미리 받은 공사 금액) 정산 등의 분쟁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상생채권신탁계약서에 사전 합의된 절차에 따라 이견 금액을 NH투자증권에 맡겨놓고 감정인을 통해 감정한 정산금액을 지급한 후 남는 금액을 이자를 포함해 수급인에게 돌려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해당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신탁보수는 상생기금에서 전액지원을 받기 때문에 수급인, 하수급인, 재하수급이 추가로 부담할 필요가 없다. 수급인은 상생기금에 일정 금액을 출연하지만, 그 금액만큼 법인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고, 해당 신탁제도를 이용할 시 동반성장지수 산정과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시 가점이 부여된다.

한편 NH투자증권의 ‘상생채권신탁시스템’은 NH농협금융지주에서 선포한 ‘ESG Transformation 2025’ 비전에 따른 ESG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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