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탄핵' 가능했던 이유

입력 2021-02-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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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4일 통과됐다. 헌정 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이 현실화된 가운데 야당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법권 독립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관 탄핵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이번 탄핵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임성근 판사 탄핵, 제도 자체는 문제 아냐"

▲2014년 당시 임성근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서울구치소 교도관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뉴시스)
▲2014년 당시 임성근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서울구치소 교도관들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뉴시스)

탄핵제도는 고위공직자가 직무상 중대한 위법을 저질렀을 때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제도를 말한다. 헌법은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 국회가 탄핵을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 판사 탄핵안을 보면 "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재판 절차 진행에 간섭하는 재판 관여 행위를 했다"고 명시돼 있다.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농단과 관련해 탄핵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의 결론이 나왔다. 당시 회의에서는 105명 중 찬성 53명, 반대 43명, 기권 9명으로 이같이 결론냈다.

탄핵안이 가결되자 야당은 "인민재판"이라며 반발했고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흔들기",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법관 탄핵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삼권분립의 원칙은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가 권력을 분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상호 견제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권분립은 권력 분리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을 만들어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라며 "탄핵은 오히려 삼권분립에 기여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도 "고위직 공무원이 중대한 비위를 저질렀으면 삼권분립에 따라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하도록 (탄핵제도를 통해) 입법부에서 통제하는 것"이라며 "탄핵 요건에 맞는 사건이면 탄핵을 발동해야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그래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법관이 탄핵 대상에 포함되는 이유는 재판 기능 때문이다. 재판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공정한 재판을 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의 결정이 정당화될 수 있다. 법관이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들이 판결을 인정할 수 없게 되고 이런 경우 탄핵으로 파면해야 한다는 것이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요국들 사례를 보면 법관 탄핵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은 1803년부터 현재까지 연방법관 15명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됐고 이 가운데 8명이 탄핵당했다. 연방대법관 1명도 하원에서 탄핵안이 발의됐었지만 상원에서 기각됐다. 미국은 하원이 탄핵안을 발의하고 상원이 이를 심판하는 구조다.

일본은 헌법상 법관만을 탄핵 대상으로 한다. 법관은 탄핵이 아닌 사유로 파면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본의 법관 탄핵안 발의 건수는 2만여 건에 달한다.

"'탄핵 시효 설정'으로 정치적 악용 막을 수도"

▲박병석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이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뉴시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이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국들은 오히려 법관 탄핵 사유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폭넓게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는 위헌, 위법 행위만을 탄핵 사유로 정하고 있지만 주요국들은 탄핵 사유가 더 다양하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음주 상태로 재판을 하거나 고압적인 재판 지휘를 한 경우, 심각한 직무 태만과 뇌물 수수, 아동 성매매ㆍ전철 내 성추행 등을 이유로 탄핵당한 사례가 있다.

김선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018년 10월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들은 더 넓은 탄핵 사유를 정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점들을 참고로 사법부의 독립원칙을 엄중히 하면서도 사법권력 남용에 대해서 제대로 견제하는 실효성 있는 탄핵제도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관 탄핵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독일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입법조사관은 "독일은 탄핵 사유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탄핵할 수 있도록 시효를 정해놨다"며 "3개월 이내로 시효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 상황이 정치적으로 악용됐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검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고위직도 탄핵 대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 교수는 "검사도 해석상 탄핵이 가능하지만 헌법에 명시적으로 넣을 필요가 있다"며 "헌법을 개정한다면 검사와 공수처 처장을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임성근 탄핵' 시각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탄핵제도의 역할과 별개로 이번 임 판사 탄핵을 놓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김 교수는 "법관은 법원장이나 상급 판사 명령을 받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데 임 판사 문제는 법원 내부의 독립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은 재판받을 때 독립되고 공정한 재판을 받고 싶었던 것인데 사법부 인사들이 청와대와 거래해서 자기들 멋대로 국민의 권력인 사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사법권을 침해해서 탄핵했더니 사법권을 침해했다고 반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고 교수는 임 판사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재판이 진행 중인데 재판이 끝나기 전에 탄핵하는 것이 적절한지, 그 동기에 대해서 조금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과 관련된 재판이 많이 걸려 있는 상황인데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이 탄핵을 남용하면 법관들이 위축되는 것이 우려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과거 사례를 보면 1985년 10월 유태흥 전 대법원장 탄핵안, 2009년 11월 신영철 전 대법관 탄핵안 모두 야당이 발의한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5일 임 판사 탄핵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했다. 헌재는 법관이 탄핵당한 선례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TF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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