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벼랑 끝 벼락거지

입력 2021-0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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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평 금융부 차장

가만히 있었더니 ‘벼락거지’가 됐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전셋집에서 월세 걱정 안 하고 살고 있지만 한순간에 거지 신세가 됐다.

벼락거지는 집과 주식 등 자산 가치 폭등에 따라 월급만으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거지 신세가 됐다는 뜻을 담은 신조어다. 내 집이 없으니 집값 폭등으로 벌어진 자산 격차는 넘사벽이고 주가 급등 수혜를 받지 못한 나도 포함된다.

여기저기서 집값이 얼마 올랐다거나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지인들의 소식이 들리면서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당장 집을 살 능력도 안 되고 대출받아서 투자할 능력도 안 되니 하루하루 불안만 가중된다. 가만 있다 나만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포모증후군은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식에 영 소질이 없어 공부라도 해볼까 서점앱을 기웃거리니 제테크 열풍은 이곳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식, 가상화폐에 관한 책들이 판매량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튜브에도 주식 관련 콘텐츠가 차고 넘쳤다. 집값 급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주식시장에서라도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6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성인 3명 중 2명(67.7%)은 주식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투자 경험자 중 입문 시기의 경우, 2020년 이후 투자를 시작했다는 사람의 응답이 49.8%였다.

과도한 투자는 신용불량자 급증, 세대 간 갈등 등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지난해부터 많은 사람들이 벼락거지 탈출을 위해 신용대출 등을 하여 빚투를 시작했다. 정부는 이를 막아보겠다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금융위는 올해 업무계획에 가계대출 관리 차원이라며 일정 금액이 넘는 신용대출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뜨거웠다.

보통 신용대출은 대출 기간 매달 이자만 내고 만기가 왔을 때 원금을 갚는 방식인데 분할상환을 의무화할 경우 매달 갚아야 할 금액이 커져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액이나 도입 시기 등을 놓고 문의가 이어졌지만 금융위는 3월에 발표할 예정이란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이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화된 규제 속에서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고 맞벌이 등 애매한 소득기준에 애꿎은 중산층들의 자금난을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생길 수 있고, 신규 대출 건부터 적용되면 규제 전 패닉대출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연초부터 신규 개설된 마이너스 통장이 4만 건을 넘어서는 등 규제 전 미리 대출을 받자는 움직임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우려가 있는 만큼 ‘가계빚 감소’라는 한 측면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될 문제인 것이다. pe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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