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전도사 "선장이 없으면 배가 잘 갈 수 있겠나"

입력 2021-01-19 11:27 수정 2021-01-1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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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수 전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 "이재용 부회장 실형 안타까워…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위기"

▲삼성 신경영을 전파한 고인수 전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 (이투데이 DB)
▲삼성 신경영을 전파한 고인수 전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 (이투데이 DB)

"안타깝습니다. 선장이 없으면 배가 잘 갈 수 있겠습니까."

삼성 신경영 전도사로 활동했던 고인수 전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은 19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전날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선고에 대해 "안타깝다"는 표현을 수차례 꺼냈다.

그는 "임직원들이 이번 위기를 헤쳐 나가겠지만,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선장이 없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 전 부원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한 직후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삼성그룹 비서실 신경영 실천 사무국장으로 5년간 재직하며 이 회장의 신경영철학을 전파하는 실무책임을 맡았던 인물이다. 삼성 내에서 신경영의 고전으로 불리는 '지행 33훈(訓)'이 그의 손에서 다듬어졌다.

그는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시킨 '신경영 선언'도 결국 오너(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은 결국 삼성에 큰 위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고 전 부원장은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은) 21세기 대한민국을 경제 대국으로 만든 '사업보국(事業報國)의 경영자'이면서 20세기 말의 대변혁기에 21세기 변화를 미리 내다 보고 준비한 ‘선각자’였다"고 했다. 또 "'나부터 변하자.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고 호소한 '개혁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1993년 ‘신경영론’을 제시하며 혁신을 주문했다. 질(質) 경영으로도 불렸던 신경영은 국내 1위 그룹에 안주하려는 임직원들의 의식구조를 바꿨다.

특히 모두가 움츠릴 때 미래를 보고 과감히 투자에 나선 오너의 결단력은 삼성의 반도체 1등을 이끈 동력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종합기술원 회장)은 지난해 7월 세계 최초 64메가(M) D램 시제품 개발일인 1992년 8월 1일을 기념하는 사내방송 인터뷰에서 "삼성의 기술 초격차 비결은 오너의 과감한 결단"이라며 "향후 위기를 타개해나갈 때도 오너의 결단과 리더십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정세 속에는 오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삼성의 미래 비전 '뉴삼성'을 야심차게 추진하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실형 선고로 반도체, 인공지능(AI), 6G(6세대 이동통신), 전장사업 등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는 늦춰지게 됐다.

고인수 전 부원장은 "국가는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북돋아 줘서 성장하게 하는 게 함께 잘 사는 길인데, 우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삼성의 오너 부재는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도 엄청난 위기"라고 토로했다.

삼성은 지난 2017년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 됐을 당시에도 계열사 각자도생 체제를 통한 비상경영을 이어왔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전문경영인이 수조 원대의 투자나 대형 M&A를 진두지휘하기는 쉽지 않은 탓이다.

이 부회장 공백기 동안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이에 과거 미래전략실처럼 그룹 현안을 토론하고 의사를 결정할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지막으로 고 전 부원장은 "삼성 임직원들은 사명감으로 맡은 일에 더 열심히 매진해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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