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기업 분석보고서 실태]②해외기업 리포트 수요는 높아지는데… “한 명이 국내·해외 다 맡는 환경 문제”

입력 2020-12-02 14:56 수정 2020-12-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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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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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박모(55) 사장은 최근 본인의 자산관리에 대해 조언하는 A사 프라이빗뱅커(PB)에게 두 자녀 앞으로 투자한 사모펀드 문제를 가볍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안정적인 ‘캐시플로(현금 흐름)’를 만들 수 없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시작한 후 상한가)’갈만한 해외 주식은 없는지”라고 물은 것.

큰 기대 없이 던진 말이었지만 담당 PB는 즉각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본사 리서치팀 직원 2명과 전담팀을 꾸렸다. “기술력이 뛰어난 상장 가능성이 큰 해외기업인 A,B사에 투자금의 절반을 넣고, 나머지는 애플과 아마존에 분산투자하라”는 말과 함께 상장 후 투자 기간은 짧게 가져가라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슈퍼 리치(자산가)’들이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본사 리서치팀은 물론 해외 지점까지 동원해 ‘맞춤형 해외투자 정보’로 이들의 재산을 불려 주고 있다. 주식 리딩방이나 투자 커뮤니티에서 노는 ‘서학개미’가 당해낼 재주가 없는 셈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해외 기업 정보를 쏟아놓고 있지만, 그저 그런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해외주식 중개수수료와 잠재 고객 확보가 목적이다. 몇 안 되는 국내 리서치 인력이 해외 기업까지 맡아 하다 보니 해외 리포트나 뉴스에 의존한 정보가 고작이다. 좋은 정보가 나올 리가 없다.

부동산서 ‘錢의 이동’… 고액자산가를 잡아라

“부동산 대신 주식시장 봐달라고 돈 맡겨 두신 분이 많아요.” 서울 강남구에서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부동산 투자 등에 쓰려던 자금을 주식 쪽으로 돌려달라는 자산가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이 PB는 “부동산에 대한 문의는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해외 주식에 관해 묻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 중 ‘따상’ 갈만한 해외 종목을 추천해 달라”는 문의까지 있다고 말했다.

큰 손을 고객으로 둔 PB들은 고액 자산가를 위한 ‘맞춤형 정보’로 승부를 걸고 있다. 특히 대형증권사들의 경우에는 VIP 자산가들을 관리하는 투자전략팀에서도 해외 주식 관심도 상승에 발맞춰 VIP들을 위한 맞춤형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별로 VIP 자산가들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리서치센터에서 관리하기도 하고, 혹은 다른 조직의 형태로 관리하는 예도 있다.

한 증권사 PB는 “따로 VIP 투자전략을 관리해주는 팀에서 직접 투자전략 자료를 쓰기도 하고 리서치센터와의 교류를 통해서 자료를 작성하기도 한다”며 “VIP들에게 제공되는 보고서는 공식 보고서라기보다 컴플라이언스 한도 내에서 고객의 관심과 상황에 맞춘 맞춤형 보고서가 제공된다”고 전했다.

몇몇 큰 손들은 국내 리포트라면 손사래를 치는 일도 있다. 시중은행 한 PB는 “기업 CEO와 같은 고액자산가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다. 해외 증권사에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얻은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기업인들의 마음을 잡으면 나중에 추가적인 유상증자, 채권발행 등 IB 물량이 PB가 속한 증권사로 들어오는 사례가 많아 큰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영끌’해도 “강남 부자따라잡기 힘들다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기업정보를 쏟아 내기 바쁘다.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해외기업 분석 보고서의 수요 또한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 증권사는 탐방 등 밀착 분석이 여의치 않고, 인력 부족으로 소수가 다수의 종목을 분석하고 있어 분석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10대 증권사의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는 3773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0% 넘게 올랐다. 이처럼 해외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수익으로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은 해외 기업 분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많은 보고서는 개미들의 눈높이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대형증권사들은 4~12명 정도 해외기업 담당 연구원을 두고는 있으나,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국내 기업을 담당 연구원이 기존의 국내 기업 외의 해당 섹터의 해외 기업까지 책임지고 있다. 또한, 기업탐방 자체가 막혀 있어 깊이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내 증권사 연구원은 “인력이 부족해 국내 업종 분석을 담당하는 연구원이 해외 기업과 업종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상 업체를 직접 접촉해 깊이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기업의 경우 사실 탐방을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업에서 주는 정보가 분석 전부는 아녀서 업황을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활용해 잘 분석할 수 있다”며 “다만 해당 국가의 내수기업과 관련해서는 현지 시장의 변화나 트랜드를 미리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해외기업 분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보고서에 대한 분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인재를 충원·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도 하고 해외기업도 다 하라는 것은 모든 기업을 적당히만 분석하라는 얘기와 비슷하다”며 “그러나 회사에서는 리서치센터에 투자하는 것이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이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 되도록 비용을 덜 들이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보고서의 분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최선을 다해 기업들을 분석할 수 있게 분야를 분화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인재를 키우고 영입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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