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벤처 날개 단 전자업계… 올해 10곳 넘게 ‘독립’

입력 2020-11-29 10:00 수정 2020-11-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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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8년간 48개 기업 분사…LG전자ㆍSK하이닉스도 신입 기수 모집

“될성부른 떡잎에 힘 몰아주자”

대기업들이 사내벤처 지원책을 대거 늘리며 회사 안에서 ‘유니콘’ 찾기에 나섰다. 기존의 수직적 조직구조 하에선 나오기 어려웠던 혁신이나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산업 환경 속에서 혁신 속도가 기업 명운을 가르는 전자업계에선 이 같은 시도가 더욱 활발하다. 일정 기간 월급을 주며 창업을 지원하고, 분사 후 실패해도 재입사를 보장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사내벤처 도전을 장려하고 있다. 혁신 아이디어가 ‘날개’를 얻어 분사한 사례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년간 20개 사내벤처 분사…올해는 비대면 기술 ‘주목’

▲AI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탈모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컨(Becon)' (사진제공=삼성전자)
▲AI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탈모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컨(Becon)' (사진제공=삼성전자)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소 전자·IT 대기업에서 11곳의 사내벤처가 스타트업으로 분사할 전망이다. 분사에 성공한 사내벤처 개수는 2018년 5개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10개를 기록했고, 올해도 무난히 지난해 수치를 넘어섰다.

올해 가장 많은 분사 기업을 배출해낸 곳은 10년 가까이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를 운영해온 삼성전자다. 5월 5개 팀 독립 이후 이달 3개 우수 과제에 대한 창업을 추가로 지원하며 총 8개의 스타트업이 사내에서 분리됐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영향으로 가정에서 활용 가능한 아이디어가 다수 나온 것이 특징이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일례로 하반기 분사한 ‘비컨’은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탈모 관리 솔루션, ‘옐로시스’는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소변 검사 시스템이 핵심 콘셉트다.

‘비컨’의 경우 내부개발 단계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올해 초 열린 CES(국제가전전시회)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과제이기도 하다. 약 10개월간 사업화 단계를 추가로 거친 후 독립에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5년 C랩 스핀오프(분사)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이달까지 임직원 171명이 창업에 도전해 총 48개의 스타트업을 설립했다”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사내벤처 프로그램 ‘하이개라지’(HiGarage)도 지난해 하반기 선발한 2기 6개 과제 중 올해 3개 과제가 창업에 성공했다. 사업 내용은 △반도체 부자재 및 칩 스택 특화 모듈 △스마트 이온디케이타임 측정 장비 △마스크 펠리클 글루 제거 전용 장비 등 모두 반도체 장비와 관련한 기술들이다.

사내벤처 육성 개화 2~3년만 성과

▲지난해 1월 SK하이닉스 하이개라지(HiGarage) 출범식에서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사내벤처 참여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지난해 1월 SK하이닉스 하이개라지(HiGarage) 출범식에서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사내벤처 참여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연이은 분사는 2~3년 전 본격화한 대기업 사내벤처 육성 프로젝트들이 궤도에 오르는 과정이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전자업계에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찾기 힘들었다. 2012년 C랩 제도를 도입한 삼성전자 정도가 전부였다. 2000년대 초 네이버, 인터파크 등 사내벤처로 시작해 대성공을 일군 IT 기업이 등장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관심도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었다. 2018년엔 SK하이닉스, 2019년엔 LG디스플레이가 신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올해 하반기엔 2016년 이후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았던 LG전자가 사내벤처 육성에 동참했다.

기업으로선 새로운 시장이 개화하거나 혁신 기술이 사업화하는 과정을 시작 단계부터 지켜볼 수 있고, 임직원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창업환경을 제공받는 ‘윈윈 전략’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지원도 사내벤처 육성 증가에 한몫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부터 사내벤처 육성 운영 대기업에 동반성장지수 가점을 주고, 출연금 3배를 기업 소득에서 차감하는 등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망한 혁신 기술을 가진 사내벤처가 분사에 성공하면 전략적 협업, 지분 투자 등 다양한 길이 열려있는 만큼 기대감이 높다”라며 “분사한 기업으로서도 대기업의 인프라나 시장 개척 방법 등을 일부 공유할 수 있고, 실패한다 하더라도 재입사가 대부분 보장되니 일반적인 창업보단 마음의 부담이 훨씬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LGㆍSK 사내벤처 새 기수 모집…내년에도 분사 활발할 듯

올해 하반기에도 사내벤처 선발 프로그램이 대거 신입 기수를 모집하면서 내년 분사 기업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9월부터 대대적인 지원책을 내걸며 사내벤처 도전 팀을 공모한 LG전자는 현재 다섯 팀을 1차로 선발했다. 임직원 투표를 통해 창업에 도전할 최종 팀을 연내 정한다는 계획이다. 선발된 팀은 대부분 헬스케어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3기를 모집한 SK하이닉스 '하이개라지'도 심사가 얼마 전 진행됐고, 내년 1분기 내 결과가 발표된다.

LG디스플레이도 이달부터 드림챌린지 공모를 시작해 12월부터 2기 체제로 들어선다. 앞서 2018년 말부터 진행된 1기 프로젝트에선 '룩슨'과 '별 따러 가자' 등의 기업이 분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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