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 9명…'백신포비아' 확산 속 정부 "접종 중단할 상황 아니다"

입력 2020-10-21 16:53 수정 2020-10-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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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백신과 사망관 연관성 확인되지 않아”…전문가 "안전성 우려로 접종 않는 것이 더 위험"

▲7일 오후 12시 30분께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에 독감백신접종을 맞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의 모습. (박미선기자 only@)
▲7일 오후 12시 30분께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에 독감백신접종을 맞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의 모습. (박미선기자 only@)

독감백신 공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상온 노출 사고에 이어 백색 입자 발견으로 안전성 우려가 커진 가운데 독감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한 사례가 21일 기준 총 9건이 발생했다. 전국 병원과 보건소 등에는 백신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가 줄을 잇고 접종을 미루는 등 국민들 사이에서 '백신포비아'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독감백신과 사망사고 간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아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과거 사례로 볼 때 독감백신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는 극히 드문 만큼 안전성 우려로 독감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현황’ 관련 브리핑에서 독감백신 접종후 사망 사례는 9건이며, 이 가운데 7건에 대해선 역학조사 및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등을 진행 중이고, 같은 날짜에 의료기관에서 같은 백신 제조번호로 접종받은 접종자에 대해선 이상반응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질병청은 이날 보고된 사망 사례에 대해 논의한 결과 독감백신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사망사고 간 직접적인 연관성과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특정 백신에서 중증이상 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2009년 이후 현재까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 신고 건수는 총 25건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간 매년 2명씩 사망했는데 조사 결과, 독감백신이 원인이 돼 사망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당시 만 65세 여성은 특이 기저질환이 없었지만 10월 19일 독감백신을 접종한 후 21일부터 팔과 다리에 근력 저하 증상을 앓다가 병원에서 ‘밀러 피셔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입원치료를 하던 여성은 흡인성 폐렴이 발생해 2010년 2월 사망했다.

밀러 피셔 증후군은 눈 근육 마비, 운동능력 상실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희귀 말초신경병증이다. 독감 백신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길랭바레 증후군의 아형으로 길랭바레 증후군보다 증상이 덜하다.

독감백신 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주사 맞은 부위가 아프거나 쑤시고 미열이나 두통, 근육통이 발생하는 등 예상 가능한 부작용과 아나필락시스, 길랭바레 증후군 등 예상치 못한 중증 부작용으로 나뉜다. 아나필락시스는 백신 단백질 과민반응으로 호흡곤란, 쇼크 등의 증상이 접종 직후 나타날 수 있고, 길랭바레 증후군은 신경세포에 손상이 생기는 급성 마비질환이다. 질병청은 이번 9건의 사망 사례 중 2건은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번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고를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경계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매년 있었다. 다만 실제 사례를 조사해보면 사망 원인은 독감백신이 아닌 다른 데 있었고, 독감백신이 원인으로 사망한 것이 확인돼 실제 보상이 이뤄졌던 사례는 1건이다. 이번 경우도 역학조사, 사후조사를 철저히 해서 밝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늘 있어왔지만, 10대 청소년의 사망 사례는 이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령자의 경우는 과거에도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있어왔다"라면서 “다만 10대가 사망한 건 이례적이다.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독감백신 공포심으로 접종률이 낮아지면 국민 건강에 끼치는 피해가 더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갑 교수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텐데 그때까지 접종률이 떨어질까 우려된다. 독감백신은 원래 효용성이 높은 대신 부작용을 감수하고 맞는 것이다. 그 부작용은 대개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 역시 “고령자나 임신부 등은 고위험군은 독감백신 접종 안 했을 때가 더 위험하다. 독감에 걸리면 폐렴이나 지병 악화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독감백신 접종이 우려되는 고령자는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옷을 두껍게 입고 가고, 음료수 등 섭취로 탈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또 접종 후 30분은 앉아서 충분히 쉬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독감은 유행성이 강한 질병이고,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등으로 사망하는 ‘독감 기여 사망자(독감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수)’는 한 해에 2000명이 넘는다. 독감백신 접종률이 떨어질 때 더 큰 문제가 우려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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