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산업계 연합체 출범 첫날 "상법 개정 시 헤지펀드 방어 못 해" 호소

입력 2020-10-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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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출범…"연구 역량 쌓아 씽크탱크로 거듭날 것"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초대 회장(왼쪽 8번째) 등 회원단체 대표들이 13일 개최된 출범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유창욱 기자 woogi@)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초대 회장(왼쪽 8번째) 등 회원단체 대표들이 13일 개최된 출범식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유창욱 기자 woogi@)

업종별 산업 단체가 모인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공식 출범했다. 연구 역량을 키워 산업 발전 전략을 모색하고, 산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도맡을 예정이다. KIAF는 출범 첫날부터 상법 개정안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KIAF "기존 방식으로 일반 대중ㆍ정책당국 설득 어려워…연구 역량 쌓아 지식 창출"

KIAF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고 1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회원사로는 자동차산업협회(KAMA), 기계산업진흥회, 바이오협회, 섬유산업연합회, 엔지니어링협회, 전지산업협회, 철강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8개 단체가 참여했다.

KIAF는 이날 초대 회장에 정만기 KAMA 회장, 감사에 정순남 전지산업협회 부회장을 선임하고 미래산업연구소장에 송원근 박사를 임명하며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이들은 업계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며 연합체를 꾸리게 됐다. 최근 들어 반(反)기업 정서와 기업규제가 확산하고 있지만, 기존 대응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KIAF 측은 “중립적인 민간연구기관이 부재했고 신뢰도가 낮아 일반 대중을 설득하기 어려웠고, 정책 당국도 경제단체를 이익집단으로만 인식했다”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부 입장이 산업계 전체 입장으로 드러나는 부작용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자동차, 전지 등 26개 단체는 지난해 말부터 ‘산업발전포럼’이라는 이름의 토론회를 주기적으로 열며 의견을 나눴고, 이 모임이 KIAF 설립의 토대가 됐다.

KIAF는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국내 최고의 민간 산업경제포럼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자체 연구조사 역량을 쌓고 업종별 인적 자원을 활용해 지식 창출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월 1회 정기 포럼을 열고 산업과 학계의 전문가, 노동조합, 정부, 국회 관계자를 참석시켜 논의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포럼 주제는 업계 현안과 중장기 과제, 5대 그룹의 의견을 수렴해 이사회 토론으로 선정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처럼 씽크탱크의 역할을 맡는 것을 목표로 했다.

"상법 개정안 통과 시 15대 상장사 87%에 헤지펀드 추천인사 선임 가능"

정만기 KIAF 초대 회장은 인사말에서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대해 “우리 군 작전회의에 적군이 참여하는 것과 같다”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15대 주요 상장사 대부분에 해외 헤지펀드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 회장은 “KIAF가 15대 주요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면 상장사 중 87%(13개사)에서 헤지펀드 추천인사가 감사위원 겸 이사로 선임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현대차 주총에서 이사 선임안은 부결됐지만, 외국인 지분 중 45.8~53.1%가 엘리엇의 추천에 동조했다.  (이투데이 DB)
▲지난해 현대차 주총에서 이사 선임안은 부결됐지만, 외국인 지분 중 45.8~53.1%가 엘리엇의 추천에 동조했다. (이투데이 DB)

송원근(연세대학교 객원교수) 미래산업연구소장은 지난해 현대자동차 주주총회를 언급하며 부연 설명을 이어갔다.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현대차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 3인을 추천했는데, 이 중 한 명은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생산하는 회사 발라드파워스시템의 로버스 랜달 맥귄 회장이었다. 발라드파워시스템의 최대주주는 중국 최대 디젤엔진 업체인 '웨이차이'다.

결국, 엘리엇이 수소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를 만드는 현대차그룹과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 대표를 사외이사에 앉히려 한 것이다.

당시 주총에서 이사 선임안은 부결됐지만, 외국인 지분 중 45.8~53.1%가 엘리엇의 추천에 동조한 바 있다.

송 교수는 "이는 단순히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것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엘리엇과 유사한 헤지펀드가 국내 주요 대기업의 감사위원(이사) 후보를 추천시 외국인 주주의 결집율이 45.8%인 경우 8개 기업(53%)에서, 53.1%인 경우 13개 기업에서 전체 의결권의 25%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사진제공=KIAF)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엘리엇과 유사한 헤지펀드가 국내 주요 대기업의 감사위원(이사) 후보를 추천시 외국인 주주의 결집율이 45.8%인 경우 8개 기업(53%)에서, 53.1%인 경우 13개 기업에서 전체 의결권의 25%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사진제공=KIAF)

KIAF 연구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엘리엇과 유사한 헤지펀드가 국내 주요 대기업의 감사위원(이사) 후보를 추천하면 외국인 주주의 결집률이 45.8%인 경우 8개 기업에서, 53.1%인 경우 13개 기업에서 전체 의결권의 25%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국내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중 일부라도 헤지펀드 제안에 동조하면 15개 기업 모두에서 전체 의결권의 25% 이상을 확보하게 돼 감사위원 겸 이사 선임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섀도보팅(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 폐지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예상된다”라며 “이때 많은 기관투자자가 해외 헤지펀드에 동조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의결을 따를 가능성이 커 상법 개정안 통과 시 헤지펀드 추천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KIAF는 법안 개정이 기업의 수용 역량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논의 결과를 14일 경총에서 개최되는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T/F 간담회 등을 통해 국회와 정부에 건의해갈 계획이다.

정만기 회장, 대한상의 제안에 우려 표해

정만기 회장은 이날 출범식 후 취재진과 만나 상법 개정안 통과는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절충안으로 제시한 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내비쳤다. 대한상의는 지난달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투기펀드 등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시도할 경우만이라도 대주주 의결권 3% 규정을 풀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투기자본 여부를 사전에 알 방법이 있는가"라며 "기업의 의견을 반영한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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