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최고의 특혜 '탈당·제명'

입력 2020-10-04 18:00 수정 2020-10-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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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정치팀장

국내기업 A는 현재 수백억 원 규모의 한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총괄 PM(프로젝트 매니저)인 D팀장에 대한 팀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프로젝트 진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유인즉슨 PM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잦은 업무 착오 발생은 물론 고객(클라이언트) 불만이 고조되고, 심지어 공금을 사적인 용도로 썼다는 것이다.

의혹이 점점 커지자 D팀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갑자기 "더 이상 팀원들에게 부담주기 싫다"며 PM자리를 내놓겠다고 했다. 팀원들은 영 찜찜하다. 이미 엉망이 된 프로젝트에서 쏙 빠지며 그 어떤 구설, 책임에서도 자유로워지겠다는 뜻이니 말이다. 게다가 직책(PM, 팀장)은 벗어던졌지만 기존 직급(부장)은 유지하며 그에 맞는 권리도 계속 행사할 수 있다.

이 사례를 듣고보니 생각나는 두 사람이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뜨거운 논란 대상으로 떠오른 박덕흠 의원(전 국민의힘)과 이상직 의원(전 더불어민주당)이다.

이 두사람 역시 논란이 거세지자 "당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탈당했다. 의혹들이 계속 쏟아져나오니 "일단 피하고 보자"며 숨어버린 것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거세다. 탈당이 '면죄부가 됐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실제 비례대표 의원과 달리 지역구 의원은 탈당할 경우 무소속 의원으로 의원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또 비례대표 의원이 무소속으로 의원을 유지하려면 탈당이 아닌 제명되면 가능한데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이 바로 이 케이스다.

아무리 이들이 법적인 심판을 받게된다 한들 자칫 시간을 끌 경우 4년이라는 임기를 채울 수 있다. 이는 최고의 특혜다. 심지어 탈당해도 복당이 가능하다. 이상직 의원이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여론도 상당히 좋지 않다. 이 의원은 탈당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이스타항공과 직원 일자리를 되살려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도 "이 의원이 탈당하며 정리해고 철회와 운항재개 등 이스타항공 재건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수년간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던 박덕흠 의원 역시 "의정 활동 중 단 한 번도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권한을 사용한 적이 없다"며 국민의힘을 떠났지만, 영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

이들 의원에 대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차원에서 특별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특히 박 의원 사태로 '박덕흠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이해충돌 방지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 그 어느때보다 힘을 받고 있다.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일을 막는 것으로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공직자를 해당 직무에서 배제해 관련 영리활동을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애초 2013년 이른바 김영란법과 함께 추진됐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이후 19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결국 폐기됐으며 7년째 표류 중이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두려워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이미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음은 물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까지도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21대 국회 들어서도 여러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야를 불문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하자. 그래야 활활 타오르는 국민의 분노도 그나마 사그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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