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우딜' 배달, 점심 시간 45분 투자해 3000원 벌었지만…

입력 2020-08-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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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 배달 플랫폼 사업 '우딜' 정식 론칭…매장 교육은 아직 '미흡'

"배달물품 2개 다 들고 가야하나요? 주소가 같다고 나오는데…"(기자)

"그럼 두 번 왔다갔다 할 거예요? 다른 배달부들은 잘만 찾아가더구만."(매장 관리자)

기자는 19일 GS리테일이 공식 론칭한 '우리동네딜리버리 모바일앱(이하 우딜앱)'에 가입하고 배달원으로 나섰다. GS리테일의 '우딜' 서비스는 고객이 주문한 배달 상품을 일반인이 배달해주는 배달원 전용 앱이다.

우딜은 ‘우리동네 착한 친환경 배달’을 지향하며 실버 세대, 주부, 퇴근길 직장인 등 누구나 시간과 횟수에 제한 없이 배달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편의점 배달 플랫폼 비즈니스다. 쉽게 말해 '바로고' 등 기존 배달 대행업체에 맡겼던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일반인이 할 수 있게 하는 사업으로, 고객이 우딜 배달원에게 배달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따라서 GS25 매장 점포에서 배달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배달의민족이 운영하고 있는 일반인 배달 대행 서비스 '배민커넥트'와 유사한 서비스로 보면 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19일 GS리테일이 론칭한 '우딜' 서비스 배달원으로 나선 기자는 앱을 통해 첫 주문을 접수하고 강남역에서 역삼역까지 배달을 시작했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19일 GS리테일이 론칭한 '우딜' 서비스 배달원으로 나선 기자는 앱을 통해 첫 주문을 접수하고 강남역에서 역삼역까지 배달을 시작했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우딜에 가입한 기자가 설레는 마음으로 강남역 인근 카페에서 배달 주문을 기다린지 30분쯤 됐을까. 오전 11시경 앱을 통해 '신규 주문' 알림이 울렸다. 강남역과 역삼역의 중간쯤 위치한 편의점에서 주문한 물건을 들고 역삼역에 위치한 건물로 배달하는 일이었다.

직선 코스가 아니어서 다른 주문을 기다릴까 잠시 고민했다가 점심 시간을 활용해야 하기에 해당 주문을 접수하기로 했다. 오전 11시 10분 앱을 통해 배달을 접수했고 물품을 가지러 해당 편의점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 낮 기온은 30도가 넘었다. 10분 정도 걸어 편의점에 도착하니 이마엔 이미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강남역 인근의 한 GS25 매장에 '우딜' 배달 대기중인 물품이 놓여 있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강남역 인근의 한 GS25 매장에 '우딜' 배달 대기중인 물품이 놓여 있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해당 편의점에 들어서며 "우딜 배달원입니다"라고 말하자 50대로 보이는 매장 관리자는 "저기 물건들 중에 (알아서) 찾아가면 된다"고 했다. 매장 한켠에는 배달을 기다리는 물품 3~4봉지가 포장돼 있었다.

그러나 2개 봉지에 같은 주소가 적혀 있어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앱에 주문 내역이 기록돼 있으면 영수증과 대조해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앱에는 목적지 외에 별도의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사 서비스인 배민커넥트의 경우 일반인 배민커넥터가 배달 점포 직원과 대면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물품을 확인하고, 물품에 붙어있는 영수증에 배달 내역과 장소, 고객 요청 사항('벨 누르지 말아주세요'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하지만 이날 공식 론칭한 만큼 GS25 매장 관리자는 아직 우딜 서비스에 대해 파악이 되지 않은 듯했다. 그는 물품 식별에 어려움을 겪는 기자에게 "주소가 같으면 2개 다 들고 가면 된다"며 "두 번 왔다갔다 할 것이냐"고 했다.

배달 용량 확인 절차도 없었다. GS리테일 설명에 따르면 도보 배달을 고려해 주문 상품 배달 지역은 해당 매장으로부터 1.5㎞ 내로 한정되고 배달 상품 중량은 5㎏을 넘지 않아야 한다. 매장 관리자 말대로 2개 봉투를 한번에 들고 가면 이 기준을 초과할 듯해 "2개 다 들고 가면 5kg가 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그는 무게 측정도 없이 "안 넘는다"고 짧게 답했다.

다시 앱을 천천히 확인해보니 영수증에 표기돼 있는 주문번호 끝자리 2개를 입력하면 배당 물품 확인이 가능했다. 점주 말대로 2개 봉지를 다 가져갔다가 다른 우딜 배달원이 혼선을 겪었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했다.

그렇게 도시락과 컵라면, 음료수가 각 3개씩 담긴 봉투를 들고 편의점을 나섰다. 배달 금액은 2만3120원이었다. 주문자는 주문 시 배달 금액과 함께 별도로 책정된 배달료(3000원)를 별도로 계산한다.

▲'우딜' 배달이 끝나자 3000원의 수입이 생겼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우딜' 배달이 끝나자 3000원의 수입이 생겼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우여곡절 끝에 배달을 시작했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았다. 평소 운동을 즐겨 체력이 좋은 편임에도 불구, 앱을 통해 '배달 제한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고 걷는 속도를 높였는데, 더운 날씨에 마스크도 착용했던 터라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 한 손에 물품을 들고 10여 분 정도 걷자 등줄기에는 마치 운동 경기라도 한 것처럼 땀이 비오듯 흘렀다.

부지런히 걸어 배달 약속 시간(12시 5분경)보다 10분가량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건물에 도착해 주문자에게 대면으로 물품을 건넸다. 배달에 걸린 총 시간은 11시 10분부터 55분까지 약 45분이었다. 배달이 끝나자 앱에는 전체 걸음수(1564걸음)와 수입(3000원)이 찍혔다. 올해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시간당 8590원이다.

'퇴근 후 소일거리'라고 회사측이 홍보하는 우딜 서비스는 생각만큼 쉬운 용돈벌이는 아닌 듯했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올수록 앱에는 신규 주문 알림이 꾸준히 울렸다. 기자는 알림을 무음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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