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주가는 이익의 함수다

입력 2020-08-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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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에 이어 미국 GDP 마저 급락했다. 대중매체는 “이제 올 것이 왔다”고 입을 모은다. ‘실물 경제와 괴리된 주가 상승’라는 제목은 이제 흔히 보는 단골 메뉴가 됐다. 자극적 제목만을 던져 놓았을 뿐, 성장을 비교하는 기준이 전년 동기인지 전분기 대비인지 아니면 미국처럼 연율인지 알 수 없다. 불명확한 기준의 보도가 넘쳐난다.

선진국의 성장률인 경우, 사실 전년 동기 대비 큰 변동성이 없다. 미국 같은 경우는 연율화 GDP 수치를 평균 내면 당해 연도 성장률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이번은 특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2분기 GDP가 급락했다. 이 수치를 연율화해서 살펴보니, 미국의 연율화 분기 성장률은 무려 -32.9%로 계산됐다. 사실 이런 방식으로 비교하면, 독일은 -34.7%로 미국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그간 언론보도에서 정확한 기준 없이 경제지표를 비교한 것도 불편하지만, 더 큰 의구심은 다른 데 있다. 일일 증시의 오르내림을 설명하려고 하니 미국의 통화정책, 실업률, 달러 강세, 소비지표, 금리 등 경제지표를 주가 등락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한다. ‘대중매체는 소음에 불과한 지표들을 끝없이 쏟아내고 사람들은 쓸모없는 지표에서 의미를 찾아내려 애쓴다”는 켄 피셔의 독설이 떠오른다.

물론 경제지표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신이 파스타 가게를 운영한다고 가정해보면 우선 은행에서 싸게 돈을 빌려야 할 것이다. 금리의 움직임을 따져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개점 후에도 밀가루와 고기 등 원재료비의 등락에 따라 식당의 수익성도 좌우될 것이다. 자영업 식당을 대상으로 한 정부정책 역시 중요하다.

이처럼 다양한 경제지표들이 따라 다닌다. 하지만, 이 숫자를 살펴보는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식당의 예상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물론, 경제지표 자체가 식당 수익의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예로 주변 식당이 다 망해도 당신이 개업한 식당의 파스타가 너무 맛있다면 사실 매크로 변수의 영향과 별 상관이 없듯이 말이다. 오히려 주변 가게가 문을 다 닫는다면 매출은 더 늘고, 이익은 증가할 것이다.

주가는 미래 기대 이익의 함수이다.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이익이 늘어나면 주가는 상승한다. 반면, 재고는 쌓이고, 손실이 누적되면서 물건을 팔지 못하면 주가는 하락한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기대’이다. 바로 과거가 아닌 이후 기대되는 ‘미래의 매출과 이익’이다. 경제지표로 사후 시장을 해석하는 행위가 소음이 되는 이유다. 기업활동의 변화를 모아 놓은 경제지표는 주식투자의 선행이 아닌 후행 지표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2주만 놓고 봐도 그렇다. 2분기 GDP는 부진했지만, 4~5월과 달리 6월 들어 완성차와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상승 배경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지만, 긍정적 모멘텀은 6월 이후 미래 기대이익의 상승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부진은 현대ㆍ기아차에 기회가 됐고, 삼성전자는 모든 사업부문에서 약진하고 있다. 8월이면 자동차 판매는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고, 반도체 주가를 눌러왔던 고정가격 하락도 그간 보도에서 후행적으로 확인해줬다.

7월 수출 역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다. 반도체, 가전, 무선통신기기 등은 전년 대비 수출은 늘었고, 자동차는 5월 -54%에서 -4.2%까지 감소 폭을 축소했다. 하반기 디램 수요는 개선되고, 미국 향 자동차 수출 증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수출 지표 발표에 앞서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설명되는 한국의 수출 대형주가 코스피 지수를 견인한 배경이다. 사실 알면서 무시하고 놓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한국 2분기 실적 발표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과반수 기업 이상의 기업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2주 전부터 증권가의 이익 추정치 또한 상향되는 모습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하는 기업은 있고, 그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 기회를 찾아낸다. 대중매체가 경제지표의 악화를 경고할수록 투자가가 단순 숫자가 아닌 ‘기대이익의 방향’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워런 버핏의 말대로, 사업이 잘되고 있다면 주가는 결국 따라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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