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오늘부터 나도 SUV

입력 2020-07-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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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인기 속에 승용차 브랜드 십분 활용…차 이름만 바꾸고 SUV로 둔갑하기도

SUV가 세단보다 잘 팔린다는 소식은 더는 뉴스가 못 된다.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현상이다.

인기의 원인은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단순하게 소득 수준의 향상, 나아가 이로 인한 '레저붐' 확산으로만 단정하기 이르다.

무엇보다 21세기 들어 자동차 플랫폼 기술의 발달이 SUV 확산을 부추겼다.

승용차와 SUV의 뼈대가 뚜렷하게 구분되던 시절, SUV는 높은 개발비가 부담이었다. 이 때문에 SUV는 전문 메이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플랫폼으로 세단과 해치백, 나아가 SUV까지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SUV는 봇물을 터트렸다. 개발 비용과 생산원가가 큰 차이가 없다면 가격이 높은 SUV 판매가 유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SUV 라인업이 빠르게 확산했다.

정작 문제는 브랜드였다. 반세기 넘게 소비자 뇌리에 각인됐던 승용차와 달리, SUV는 뚜렷한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했다.

결국, 이전 승용차(또는 미니밴) 브랜드를 앞세워 SUV 라인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승용차의 가지치기 모델로 SUV가 등장한 셈이다.

하루아침에 SUV로 둔갑한 주요 모델을 살펴보자.

▲포드 머스탱이 SUV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새 모델은 순수전기차 기반의 머스탱 마하 E다.  (출처=포드글로벌미디어)
▲포드 머스탱이 SUV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새 모델은 순수전기차 기반의 머스탱 마하 E다. (출처=포드글로벌미디어)

◇아메리칸 머슬카의 아이콘 '머스탱'…SUV로 가지치기=포드 머스탱은 쉐보레 카마로와 함께 아메리칸 머슬카의 양대 산맥이었다.

승용차처럼 매일 타기에 부담이 없는 스타일을 지녔으되 안에는 V8 5000cc급 대배기량 고성능 엔진을 숨기고 고성능을 추구했다.

포드는 머스탱의 굴레를 과감하게 벗어내고 SUV로 가지치기에 나섰다. 그것도 순수전기차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관심을 끌어모았다. 대놓고 테슬라를 겨냥한 셈이다.

새 모델은 배터리를 차체 아래에 깔아놓은, 포드의 신형 EV 아키텍처를 활용했다. 머스탱다운 외관은 유지하면서 탑승객 5인을 비롯해 짐까지 실을 수 있는 SUV만의 공간성도 극대화했다.

표준 배터리(75.7kWh)와 확장형 배터리(98.8kWh) 두 가지를 내놓고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도 고를 수 있다.

확장형 배터리를 얹으면 1회 충전으로 최대 480㎞를 넘게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환산 최고출력 332마력(hp), 최대토크는 배기량 V8 6.0리터 가솔린 엔진과 맞먹는 57.6kg‧m다.

포드는 머스탱 마하-E의 등장에도 기존 쿠페형 머스탱은 그대로 유지한다. 한 마디로 머스탱이라는 브랜드의 확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스웨덴 볼보는 주력 세단 S60(왼쪽)을 바탕으로 SUV 특징을 더한 S60 크로스컨트리를 선보인 바 있다. 기본형 대비 최저지상고가 65mm 더 높다.  (출처=볼보미디어)
▲스웨덴 볼보는 주력 세단 S60(왼쪽)을 바탕으로 SUV 특징을 더한 S60 크로스컨트리를 선보인 바 있다. 기본형 대비 최저지상고가 65mm 더 높다. (출처=볼보미디어)

◇볼보 S60이네…아닌가?=볼보는 일찌감치 세단과 왜건으로 이름나 있었다.

왜건 만들기가 경지에 다다른 덕에 주요 원메이크 레이스에 볼보 왜건이 등장하기도 했다.

1997년에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크로스오버 콘셉트를 내놓은 바 있다. 왜건을 밑그림으로 차 높이를 끌어올린 ‘크로스컨트리’였다.

경쟁상대가 없다 보니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해 왔다. 굳이 꼽아내자면 아우디의 '올로드 콰트'로 정도가 맞수로 꼽힌다.

볼보는 2015년 S60 크로스컨트리를 공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왜건이 아닌, 세단형인 S60을 바탕으로 최저지상고를 65㎜ 끌어올렸다. 덕분에 웬만한 SUV 못지않은 험로 주파 능력을 갖췄다.

세단의 안락함과 SUV의 기능성을 모두 잡았다는 게 볼보 측의 설명이다.

기본 모델보다 지상고를 65㎜ 높이는 한편 AWD(4륜구동)를 추가했다.

아직 신형 S60에는 크로스컨트리가 등장하지 않은 상태지만, SUV 광풍이 이어지는 만큼 출시 가능성이 있다.

▲기아차 쏘울은 1~2세대에서 패션 박스카를 주장했다. 반면 3세대부터 소형 SUV로 마케팅 전략을 수정했다. 오프로드 디자인 터치를 가미한 2020년형 쏘울 X라인의 모습.  (사진제공=기아차)
▲기아차 쏘울은 1~2세대에서 패션 박스카를 주장했다. 반면 3세대부터 소형 SUV로 마케팅 전략을 수정했다. 오프로드 디자인 터치를 가미한 2020년형 쏘울 X라인의 모습. (사진제공=기아차)

◇3세대부터 SUV로 거듭난 기아차 쏘울=기아차 쏘울은 2008년 데뷔한 박스카다. 리먼 쇼크의 찬 바람 속에서도 북미에서 큰 인기를 끌며 기아차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주인공이다.

동시에 '박스카'라는 영역에 뛰어들며 다른 모델과 경쟁을 거부했다. 데뷔 초반부터 소형과 준중형 사이에 몸을 반쯤 걸쳤고, 스타일 역시 SUV와 해치백의 장점을 한데 모았다.

이런 특성 덕에 데뷔 때부터 상용차와 SUV를 주로 생산하는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뽑아낸다.

미국에서는 처음 운전을 시작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패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다.

수출 효자 차종인 만큼,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 때부터 미국 수출형 생산을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노동조합의 반대로 여전히 광주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2세대 쏘울 전기차는 경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때 의전차로도 활약했다.

1~2세대는 박스카를 고집했던 쏘울은 3세대부터 SUV로 분류된다. 소형 SUV 인기가 하늘을 치솟자 기아차가 내놓은 자구책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판매통계 기준에도 SUV에 속한다.

그러나 북미에서는 여전히 일반 소형차로 분류된다. 기아차가 무던히도 SUV임을 고집했지만 북미 올해의 차 선정위원회는 쏘울을 일반 승용차로 분류한 상태다.

▲1세대 로디우스는 체어맨 4매틱의 언더보디를 공유하며 프리미엄 11인승 MPV로 데뷔했다. 부분변경부터 '코란도 투리스모'로 이름을 변경하고 SUV임을 강조했다. 현재 단산했으나 차종 다양화가 절실한 쌍용차가 재출시를 검토 중이다.  (사진제공=쌍용UK미디어)
▲1세대 로디우스는 체어맨 4매틱의 언더보디를 공유하며 프리미엄 11인승 MPV로 데뷔했다. 부분변경부터 '코란도 투리스모'로 이름을 변경하고 SUV임을 강조했다. 현재 단산했으나 차종 다양화가 절실한 쌍용차가 재출시를 검토 중이다. (사진제공=쌍용UK미디어)

◇이름이 바꾸고 SUV로 변모한 코란도 투리스모=코란도 투리스모는 2013년 등장한, 로디우스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다만 SUV 오랜 역사를 지켜온 ‘코란도’라는 브랜드에 편입하면서 서브네임 ‘투리스모’를 덧붙였다.

11인승 프리미엄 MPV로 출발했으나 부분변경 때 SUV로 자리를 옮긴 경우다.

심지어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도심 오프로드 체험 행사에도 코란도 투리스모가 등장하면서 SUV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언더보디는 AWD 방식을 쓰는 체어맨의 것을 고스란히 가져와 사용했다. 한 마디로 승용차 방식의 AWD를 쓰면서 SUV임을 강조한 것. 쌍용차 역시 같은 방식을 2세대 렉스턴 최고급 모델(노블레스)이 사용하는 만큼, SUV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배기가스 배출 문제로 현재 단산한 상태지만 경영정상화를 추진 중인 쌍용차가 차종 다양화를 추진하는 만큼, 언제고 투리스모라는 이름의 SUV로 부활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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