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현장] 여성 1인가구 TOP3 서울 지역구, ‘여성 안전’ 공약 봇물…표심은 '구색맞추기' 비판

입력 2020-04-05 17:28 수정 2020-04-0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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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갑, 유기홍 "원룸 3평 늘릴 것" vs 김대호 공약 없어

관악을, 정태호 '안심홈 4종세트 보급' vs 오신환 'n번방 사건, 뿌리 뽑을 것’

마포구ㆍ중구 여성 1인가구 공약 상대적으로 미흡해

전문가 "공약에 그치지 않은 관심 필요…유권자 '문제 해결 심판' 해야"

4·15 총선을 앞두고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여성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여야가 '여심 잡기용' 공약에 나서고 있다. 여성 1인 가구가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범죄 노출과 사회적 폭력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증폭돼서다.

이와 관련 여야는 주로 '안전'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투데이가 5일 만난 여성 1인가구 수가 많은 TOP3 지역구의 민심은 공약이 실질적 대책이라기보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구색 맞추기'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시에서 일반 가구 수 대비 여성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관악구(22.5%), 마포구(20.6%), 중구(20.2%) 순이었다. 관악구는 여성 1인 가구 수뿐만 아니라 비율 면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마포구는 2017년 여성 1인 가구 수가 3만 개를 넘어섰고, 비율은 2015년 18.4%에서 2018년 20.6%로 증가세다. 중구도 2017년 여성 1인 가구 수가 1만 개로 늘었고, 비율은 2015년 18%에서 2018년 20.2%로 나타났다.

(유혜림 기자 wiseforest@)
(유혜림 기자 wiseforest@)

여성 1인가구 TOP 1위인 관악구는 지난해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이 벌어진 만큼 다른 지역구보다 관련 공약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신림동 원룸촌이 시작되는 대로변에는 여성 안심 관련 공약들을 내건 현수막들이 눈에 띄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알리미 사이트에 공식 등록된 후보자 정책·공약보기를 살펴보면, 관악갑에 출마한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서울에서 1인가구가 가장 많은 관악'을 언급, 1인가구 공유 창고로 원룸을 3평 더 넓게 하고 안전홈 패키지를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아울러 디지털 성폭력 범죄 근절 대책을 추진하고 '스마트 여성 안심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범죄를 예방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김대호 미래통합당의 후보는 여성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관악을 정태호 민주당 후보는 여성 1인 가구 안심 홈 4종 세트를 보급을 확대하고 위기 상황 시 영상·음성을 자동전달하는 스마트 안전조명 설치 대상 지역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오신환 통합당 후보는 이보다 'n번방' 사건에 초점을 맞췄다. 오 후보는 n번방 등 불법영상물 이용자도 제작자에 준해 강력 처벌하고, 영상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행위도 성폭력 처벌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도 손보겠다고 했다. 사전예방대책'으로 몰카 탐지기 무상지원 등 여성 1인 가구 안심 홈 사업·여성 안심택배함 확대와 여성귀갓길 안전사업 강화도 약속했다.

신림동 원룸촌에 거주하고 있다는 직장인 김 모(여, 32세) 씨는 "선거 공약 홍보물을 자세히 들여보진 못했지만, 밤에 귀가하는 길이 걱정되는 것은 여기만의 사정은 아닐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여성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길을 원한다"고 밝혔다.

대학동에 거주한다는 고시 준비생 이 모(여, 28세) 씨는 "이 지역에 이사 온 지 100일도 되지 않아 적응 중인데 허위 매물 때문에 집 구하는 게 힘들었다"며 "여성 1인 가구는 집 구하는데 좀 더 공을 들일 수밖에 없고 같은 사정이 많을 텐데 이런 공약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림천에서 만난 여고생 박 모(여, 17세) 양은 "투표권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선거유세 현수막을 보면서 공약을 알았다"면서 "일상 관련 실질적 공약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막상 야자(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이런 것들은 이용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성 1인가구 수가 가장 많은 관악구 신림동 원룸촌 전경.  (유혜림 기자 wiseforest@)
▲여성 1인가구 수가 가장 많은 관악구 신림동 원룸촌 전경. (유혜림 기자 wiseforest@)

여성 1인 가구 수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마포구와 중구는 관련 공약이 다른 공약보다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마포갑에서 노웅래 민주당 후보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점을 강조,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회의를 개최하고 후속조치 강화 결의안을 처리했다는 성과를 내세웠지만, 공약으로는 대흥동에 치안센터 리모델링만 언급했다. 강승규 통합당 후보는 원룸 다세대 주택 관리사무소에 '안심센터'를 운영하고 2030 여성들의 불안한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마포을에선 정청래 민주당 후보는 '스마트 여성안심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했고, 김성동 통합당 후보는 데이트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 지원 특별법과 스토킹 방지 특별법 제정하고 몰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초소형 카메라 등 변형 카메라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여성 1인가구 대상 범죄통계를 신설해 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여성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주취감경제도를 폐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학생인 이 모(24세, 여) 씨는 "공약을 보면 n번방 등 현재 이슈에만 주목돼 있지,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는 후보자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여성 1인가구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회사원 박 모(34세, 여) 씨는 "정치인들의 여성 공약이 좀 더 진정성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구체적인 설명없이 '여성 안전을 지키겠다'는 공약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여성 문제를 자세히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구는 여성 1인가구가 세 번째로 많은 지역구지만, 중구성동구을에 나선 박성준 민주당 후보와 지상욱 통합당 후보는 선거 공보물에서 관련 공약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지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여성 대상 성범죄자 관련 DB를 구축, 실시간 문자 알림서비스를 도입하고, 1인가구 범죄 예방을 위해 디지털 비디오 도어센스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약수동에 거주한다는 김 모(52세, 여) 씨는 "어쩌다 보니 이 동네에 산 지 30년이 지났는데, 나처럼 여성 1인 가구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치안과 안전도 중요한데 여성 노동자를 위한 공약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여성 관련 대책이 공약으로 그치지 않고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의 변호사는 "여성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각 지역구가 공약을 내세우는데 표면적으로 이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의 고민이 정말 필요하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한다'는 마음이 몸에 배야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그러지 못했다. 여성 문제는 마치 이슈가 아니란 것처럼 거대 담론에 묻혔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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