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트립-노래와 떠나다③] 민족 애환이 서린 트로트를 찾아

입력 2019-12-19 10:53 수정 2019-12-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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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12월 추천 가볼 만한 곳…'목포' 이난영과 '영암'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이난영 공원의 노래비. (사진제공=이하 한국관광공사)
▲이난영 공원의 노래비. (사진제공=이하 한국관광공사)
가수 송가인이 화제를 모으면서 대한민국은 트로트 열풍 속에 있다. 트로트는 1930년 전후부터 국내 창작이 본격화됐고, 1935년 ‘목포의 눈물’에 이르러 그 형태가 정착됐다고 한다.

트로트를 찾아 목포와 영암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목포는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의 현장이다. 이난영이 잠든 삼학도 이난영공원, 이난영이 태어난 양동 42번지 생가 터, 유달산 허리에 자리한 목포의 눈물 노래비 등을 보면 목포 구석구석에 목포의 눈물이 스며들었음을 알 수 있다.

▲유달산 중턱에 자리한 노래비.
▲유달산 중턱에 자리한 노래비.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 때, 부두의 새악시 아롱져진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애절하고 구슬픈 가락이 울려 퍼진다. 예전에는 호남선 기차가 목포역에 도착할 때쯤이면 목포의 눈물이 흘러나왔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고 한다. 목포의 눈물은 목포의 주제가나 마찬가지다.

이난영을 찾아가는 여행은 목포역에서 시작한다. 노랫말에 등장한 삼학도에 이난영공원이 있다. 목포역에서 설렁설렁 걸어가면 15분쯤 걸린다. 세 개 섬이던 삼학도는 매립해 육지가 됐고, 지금은 공원으로 꾸몄다. 삼학도 중 가장 큰 대삼학도 중턱에 ‘목포는 항구다’ 노래비가 있다.

▲이난영이 수목장으로 잠들어 있는 배롱나무.
▲이난영이 수목장으로 잠들어 있는 배롱나무.

이난영은 노래비 뒤 배롱나무 아래 잠들었다. 본래 이난영의 무덤은 경기도 파주에 있었는데, 목포 시민이 참여한 목포의눈물기념사업회가 2006년 3월 이곳으로 이장했다. 이난영은 41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목포 시민의 이난영 사랑은 유별나다. 노래비 앞쪽으로 목포항 일대와 유달산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다음에 찾아볼 곳은 이난영 생가 터다. 이난영이 다닌 목포공립보통학교(현 목포북교초등학교) 건너편 산동네 양동 42번지에 생가 터가 있다. 생가는 헐리고 그 자리에 이난영의 흉상을 세웠다. 이난영은 1916년 이곳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무능하고 어머니가 객지에서 일했기에, 두 살 오빠와 친척 집에서 불우하게 컸다고 한다.

▲이난영 생가터에 자리한 그의 흉상.
▲이난영 생가터에 자리한 그의 흉상.

이난영은 열여섯 살 무렵, 유명한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목포에 공연 온 태양극단을 따라나섰다. 태양극단 순회공연 중 막간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고, OK레코드 이철 사장에게 발탁돼 가수로 데뷔했다. 열아홉 살 때인 1935년, 문일석의 작품에 손목인이 곡을 붙인 목포의 눈물을 불러 단번에 가요계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당시 이 노래는 식민지 땅이 온통 흐느낌으로 잠기고, 항구도시 목포가 애틋한 추억의 장소로 되살아나게 했다고 전한다.

▲이난영공원에서 바라본 유달산.
▲이난영공원에서 바라본 유달산.

유달산 자락에 있는 목포의 눈물 노래비를 찾아가려면 산길을 좀 걸어야 한다. 노적봉 입구에서 유달산으로 가는 계단을 따라 오른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유달산휴게소를 연달아 지나면, 1969년에 세운 노래비를 만난다. 노래비에는 목포의 눈물 노랫말 변천사가 기록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 노랫말을 확인할 수 있다. 노래비 앞쪽으로 바다와 어우러진 목포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목포의 눈물이 유달산에 스며들었다가 허공으로 사라진다.

▲케이블카 안에서 바라본 유달산 케이블카 정류장과 목포항.
▲케이블카 안에서 바라본 유달산 케이블카 정류장과 목포항.

항구도시 목포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9월 개통한 목포해상케이블카가 제격이다. 케이블카 스테이션이 세 곳(고하도, 유달산, 북항)인데, 고하도 스테이션에서 타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기 전에 고하도 전망대에 올라보자.

잘 단장한 숲길을 10분쯤 오르면 능선이고, 다시 10분쯤 완만한 능선을 밟으면 고하도 전망대에 닿는다. 고하도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마치고 106일 동안 머무르며 전열을 정비한 곳이다. 고하도 전망대는 판옥선 13척을 격자로 쌓아 올린 형상이다. 전망대 꼭대기에서 목포대교와 유달산, 목포 시내가 거침없이 펼쳐진다.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면 장군이 왜 고하도에 머물며 철통처럼 지켰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곳이 바다에서 영산강을 통해 내륙으로 이어지는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판옥선을 쌓은 모습의 고하도전망대.
▲판옥선을 쌓은 모습의 고하도전망대.

고하도 스테이션에서 케이블카를 탄다. 고하도를 떠나 바다로 접어든 케이블카는 높이 155m 기둥을 넘어 유달산으로 간다. 유달산 스테이션에서 왼쪽으로 틀어 유달산 이등바위와 일등바위를 지나 북항 스테이션에 내려앉는다. 허공에서 바다와 유달산을 바라보는 짜릿한 쾌감에 속이 후련하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전경.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전경.

목포에 이난영이 있다면, 영암에는 하춘화가 있다. 하춘화의 아버지 하종오 씨는 딸이 데뷔한 1961년부터 50년 남짓 모은 트로트 관련 자료와 음반 등을 고향 영암군에 기증해 한국트로트가요센터를 건립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 내부.
▲한국트로트가요센터 내부.

10월 29일 월출산기찬랜드에 문을 연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 들어서면 데뷔 당시 일곱 살 하춘화 밀랍인형이 반긴다. 천장 스피커에서 “제가 하춘화예요. 금년에 일곱 살입니다. 노래란 것은 우리 생활에 있어서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는 앙증맞은 음성이 들려 빙그레 웃음이 난다.

▲하춘화 전시관 입구.
▲하춘화 전시관 입구.

1층에는 트로트역사관, 명예의전당 등이 마련됐다.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트로트의 흐름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2층은 하춘화 전시관이다. LP와 카세트테이프, CD 등 다양한 앨범, 공연 의상과 사진, 영상과 팸플릿 등을 통해 50년 넘게 가수로 활동한 하춘화의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국 트로트가수의 명예의 전당.
▲한국 트로트가수의 명예의 전당.

한국트로트가요센터 뒤에는 가야금산조테마공원이 자리한다. 공원 내 가야금산조전시관은 가야금 관련 유물과 자료를 전시해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게 꾸몄다. 가야금산조는 장구 반주에 맞춰 가야금을 연주하는 민속 기악 독주곡으로, 영암 출신 악성 김창조가 창시했다는 설이 있다. 가야금산조전시관에는 다양한 가야금과 국악기, 음향과 영상자료, 가야금산조 6대 유파의 기증품 등이 전시되고, 산조공연장에서 가야금 연주 공연도 펼쳐진다.

▲가야금산조전시관 전경.
▲가야금산조전시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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