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권의 글로벌 시각] 2020년 김정은의 신년사, 무엇을 담을까?

입력 2019-1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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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핀란드 대사

북한과 미국이 다시 막말을 주고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를 존경하고 좋아한다고 할 때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제 와서 다시 ‘로켓맨’, ‘늙다리’라고 외치니 ‘그러면 그렇지’ 싶다. 거래의 달인들이라 하니 이런 것도 협상의 과정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제대로 된 협상도 하고 합의도 할 것인데, 이래 가지고서야 무슨 신뢰가 쌓이겠는가.

거친 막말들에 가려 잘 안 들릴지 모르지만 요즘 북한으로부터 나오는 말들 가운데 크게 걱정되는 것들이 있다. 첫째는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되었던 북-미 실무급 회담이 결렬된 날 북한 측 협상 대표 김명길이 주스웨덴 북한 대사관 앞에서 읽은 성명에 나오는 말이다. 그는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라야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이 죽었다 깨어나도 북한의 안전과 발전의 모든 장애물을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할 수는 없다.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는 미국이 올해 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위협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는 러시아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핵 문제 관련 논의는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부분은 조건절처럼 보이지만 뒷부분은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어서 찜찜했는데 급기야 이달 7일 주유엔 북한대사 김성은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빠졌다”고 했다. 명백한 과거형이다. 김명길, 최선희, 김성으로 이어지는 비핵화 화법은 북한이 더 이상 국제사회와 비핵화에 대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읽힐 만하다.

북한이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위성 탑재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8일 나온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 담화에서 ‘시험 장소’를 서해 위성 발사장이라고 한 점에 비춰 보더라도 미사일이 아닌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ICBM을 발사할 경우 유엔 안보리가 열리고 추가 제재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길 일이 아니다. 위성을 발사하여 우주의 평화적 이용은 고유한 주권적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ICBM 능력의 과시는 과시대로 하고 추가 제재는 피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이 있다. 하나 더 주목할 것은 그 담화에서 이번 시험이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키는 중요한 작용을 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또 한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ICBM을 발사한 후 핵 무력의 완성을 선언한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것으로 생각된다.

김정은은 이번 달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나서 2020년이라는 꺾이는 해의 신년사에서 증강된 핵 무력 확보와 핵 보유국 지위를 선언하고 세계를 대상으로 핵 군축을 공식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오매불망 핵 보유국의 꿈을 이루는 것이다.

남은 문제는 경제다. 핵 보유국만으로는 부족하다. 권좌를 영원토록 지키기 위해서는 주민들을 더 잘살게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연말에 도발을 감행하면 추가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중-러의 반대로 추가 제재가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국제사회는 기존 대북제재를 더욱 확고하게 적용하여 북한 경제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다. 김정은은 선대와는 달리 보다 적극적인 시장화를 통하여 경제를 일정 부분 개선해 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의 시장화는 반쪽짜리 시장화다.

종합시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공장, 기업소에 보다 많은 재량권을 주었지만 진정한 개혁조치는 아직 없다. 이로 인해 시장화의 많은 부분이 묵인, 편법, 탈법의 영역에서 이루어짐으로써 시장 세력과 관료들과의 결탁, 부정, 부패가 만연하고 있다. 반쪽짜리이지만 시장화가 일정 부분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임시적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 상태로는 북한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중국과 베트남과 같은 개혁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핵심은 사유재산, 특히 생산 수단의 사유화를 인정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사회주의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수령체제가 무너질까 두려워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핵 보유국 지위를 완성한 김정은이 2020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경제 정책을 내놓을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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