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왈가왈부] 인플레 가리키는 지표, 소비자물가만 있는 게 아니네

입력 2019-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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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09-08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마이너스 물가’ 계기로 본 인플레 유래와 지표

신대륙 발견 후 금·은 생산 늘며 한 세기 넘게 高물가 지속

460개 품목으로 만든 지표물가, 소비자 체감물가와는 괴리

계절적 요인 제외 ‘근원인플레’ 2500가구 조사 ‘기대인플레’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GDP deflator)도 3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과는 사뭇 달라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계기로 인플레이션 유래와 물가를 가리키는 다양한 지표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물가 관련 이해도를 높이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대륙 발견 이후 등장한 인플레, 등락 요인도 네 가지나 = 세계사적으로는 15세기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인플레 개념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광과 은광이 발견되고 금과 은 생산이 크게 늘면서 유럽에서 1세기 이상 높은 물가 상승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세계 주요국은 극심한 인플레를 경험해 왔다. 프랑스에서는 18세기 후반 프랑스혁명 당시, 미국에서는 1860년대 남북전쟁 당시, 독일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23년 당시가 대표적이다. 1970년대 1·2차 유가폭등은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 우려를 확산하게 했고, 오늘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타게팅(물가안정 목표제)’을 주요 목표로 삼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행도 1998년 한은법 개정을 통해 물가안정 목표제를 도입했다.

물가 등락은 수요와 비용, 통화, 수입이라는 네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우선 상품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들의 과부족에 따라 물가가 결정된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가격이 오르는 것을 수요견인 인플레(demand-pull inflation, 혹은 수요측 물가압력)라 하고, 공급 측면에서 생산비가 올라 생산에 제약을 받아 발생하는 물가 오름세를 비용견인 인플레(cost-push inflation, 혹은 공급측 물가압력)라 한다.

상품 거래량에 비해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도 물가는 오른다. 전형적으로 전쟁발발 직후 통화 증발이 이뤄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평상시 통화당국이 기준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등을 통해 돈을 너무 많이 풀어도 나타난다.

국제 원자재가격이 상승해도 물가가 오른다. 일종의 비용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 경우 물가상승 정도는 커지는 반면, 통화가치가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할 경우 물가상승 정도는 작아진다.

◇ 체감물가(장바구니물가)와 다른 이유 = 8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4% 하락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6년 1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 이 같은 지표를 바탕으로 디플레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를 쓰면 “기자 양반, 시장에 나가서 장이라도 봐 봤나”라는 식의 댓글이 많이 달린다. 이 정도면 비교적 점잖은 표현으로 요즘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라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실제 필자 역시 마이너스 물가를 체감하지 못한다. 디젤차를 타는 기자가 주유라도 할라치면 어느덧 리터당 1400~1500원대로 올라 있는 경윳값에 소스라치게 놀라기 때문이다. 서울 근교나 지방에 갈일이 있어 1300원대 셀프주유소가 보이면 반가운 마음에 가득 채운다.

이는 소위 체감물가와 지표물가 간 괴리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주 쓰는 몇몇 상품 가격에 민감한 반면, 소비자물가는 농수축산물과 공업제품, 서비스 품목 등 모두 460개 품목(2015년 기준) 가격을 지수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각의 품목을 ‘1000분의 몇’ 하는 식으로 가중치까지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주거 난방부문을 보면 소비자물가엔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등유 등이 모두 포함돼 있지만, 개별 가구는 이 중 하나만 사용하므로 체감난방비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근원인플레, 기대인플레, PCE디플레이터, GDP디플레이터, 관리물가 = CPI에는 계절적 요인 등을 제외하고 장기 추세를 파악하기 위한 근원인플레 지표가 있다. 근원인플레도 곡물 외의 농산물과 석유류 품목을 제외한 407개 품목으로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와 농산물과 석유류 외에도 축산물, 수산물, 가공식품, 전기, 지역난방비 등 품목을 제외한 317개 품목으로 작성하는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가 있다. 한은은 2017년 1월 근원인플레 기준지표를 기존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기준에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로 변경했다.

기대인플레라는 지표도 있다. 한은이 전국 도시 일반인 25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한다. 전문가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전문가 기대인플레도 있다. 통상 전문가 기대인플레가 일반인 기대인플레보다 낮다는 점에서 한은은 김중수 총재 시절 한동안 전문가 기대인플레를 공개한 바 있다.

민간소비자지출(PCE) 디플레이터라는 개념도 있다. 미 연준(Fed)이 기준 물가지표로 사용한다. 이는 CPI와 달리 석유나 원자재, 에너지, 전기 등에 대한 가중치에 차이가 있다. 연간기준으로 가중치를 적용하는 CPI와 달리 분기기준으로 가중치를 적용한다. 결국, 난방기구 등 제품을 잘 쓰지 않는 여름철엔 관련 부문에 대한 가격하락분 반영이 적다.

한 국가의 총체적 물가변동을 가늠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GDP 디플레이터)도 있다. 다만 GDP 디플레이터를 볼 때는 GDP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GDP는 지출 측면에서 소비와 투자, 수출을 더한 후 수입을 뺀 값이다. 우리나라는 수입 비중이 높은 데다, 국제유가가 오를 경우 소비재가격보다 수입재가격이 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GDP를 계산할 때 빼야 할 수입 부문의 값이 크게 늘면 GDP와 GDP 디플레이터가 떨어지게 된다. 최근 3분기 연속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반도체 가격 하락과 환율 급등으로 수출가격보다 수입가격이 더 많이 오른 탓에 수입 디플레이터가 상승한 것이 주된 요인”이라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자동차 특별소비세 인하 등이 계속되면서 관리물가(Administered prices)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대상으로 추정 또는 편제한 가격지수를 말한다. 한은은 지난해 7월 전체 소비자물가 조사대상 품목수의 8.7%인 40개가 관리물가 대상 품목이라며 그 지수를 공개한 바 있다.

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또 다른 기대인플레 지표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 break-even inflation rate)도 있다. 일반 국고채와 물가연동국고채 간 금리차(스프레드)로 계산한다. BEI가 상승한다는 것은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졌고, 그로 인해 명목채권보다 물가채 가격이 더 비싸졌다는 의미다. 조동철 한은 금통위원이 관심 있게 보는 지표다. 반면, 한은은 우리나라 채권시장에 물가채가 10년물밖에 없고,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물가지표로 활용키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는 중이다.

생산자물가(PPI)와 수출입물가도 있다. 말 그대로 생산자와 수출입 관련 물가지표다. 이 밖에도 한은은 내부적으로 다양한 물가지표를 집계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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