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군산의 夏②] ‘지역경제 선도기업’도 무너졌다…채권단 "밑 빠진 독"

입력 2019-07-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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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중공업, 현대중공업 폐쇄와 함께 법정관리…업종 전환 '불가능' 진퇴양난

잡초는 ‘쇠락’의 기운을 먹고 자랐다.

철제 외벽과 슬레이트 지붕만이 우뚝 서있는 공장에도, 발길 닿지 않는 보도블록 틈새에도, ‘임대’ 팸플릿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오피스텔 앞에도, 한동안 공터로 남을 학교 부지에도.

13%. 현대중공업과 한국GM이 군산 국가산업단지에서 차지했던 면적이다. 속절없이 떠난 두 거대기업의 빈자리는 여전히 군산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1년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2년 사이, 이투데이가 군산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라북도 군산시 오식도동 국가산업단지 제이와이중공업 정문(군산 = 김보름 기자 fullmoon@)
▲전라북도 군산시 오식도동 국가산업단지 제이와이중공업 정문(군산 = 김보름 기자 fullmoon@)

9년 전 유망기업으로 주목받던 현대중공업 1차 협력사가 군산조선소 폐쇄 2년만에 ‘법정관리’ 기업으로 전락했다. 군산국가산업단지 내 협력사들은 대출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투데이가 지난달 25일 찾은 3만평(9만9000㎡) 규모의 JY중공업에는 직원 3명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켰다. 3개 공장동은 모두 멈췄고, 일용직 노동자 1명만이 남은 잔업을 마무리 중이었다. JY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사로 선박 조립용 블록제작 업체다. JY중공업은 2010년 전라북도 선도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우수기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2017년 7월 군산조선소 폐쇄와 함께 순식간에 법정관리 기업으로 내려앉았다.

JY중공업은 2010년 군산조선소를 따라 목포에 있던 본사를 군산으로 옮겼다. 현대중공업과 최단거리인 8차선 메인도로 가장자리, 군산조선소 블록납품에 최적화된 공장 부지를 배당받았다. 한달에 3000톤의 물량을 납품할 수 있는 공장 설비를 갖췄지만 지난 2년 반 동안 가동이 중단됐다. 협력업체를 포함한 직원 650여 명은 뿔뿔히 흩어졌다.

JY중공업 관계자는 “해외 발전소 등에 납품할 철구조물 작업을 하며 일감을 이어가고 있지만 단가가 맞지 않아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며 “현대중공업이 일부라도 가동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대중공업 폐쇄 6개월 전인 2016년 말 이미 일감은 떨어진 상태였다. JY중공업은 그 해 12월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17년 2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거쳐 지난해 7월 회생신청 계획안이 인가돼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달 25일 JY중공업에는 3만평(9만9000㎡) 넓이의 공장에 직원 3명만이 남아있었다.(군산 = 김보름 기자 fullmoon@)
▲지난달 25일 JY중공업에는 3만평(9만9000㎡) 넓이의 공장에 직원 3명만이 남아있었다.(군산 = 김보름 기자 fullmoon@)

그럼에도 회생 여부는 불투명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생신청(안)에 따라 원리금 상환을 유예 등 강제집행을 방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회생절차 졸업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형 협력사들은 “목포조선소의 10분의 1만이라도 가동되면 산단지점은 팽팽 돌아간다”며 “선박 블록 물량을 군산에 우선 배정하라”고 끊임없이 주장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울산·포항·목포조선소 노동자들은 ‘우리도 죽겠다’며 일감 하나라도 뺏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재우 조선해양기술사업협동조합 사무국장은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우선이라는 기약없는 답변만 되풀이한다”고 말했다.

중소 조선사는 새만금·군산 산업단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업종전환을 추진중이지만 JY중공업 등 주요 협력사들은 대형 선박 블록 제작에 최적화된 상황에서 업종전환도 불가능 하다. 지난해 산업단지 내 파산 신청한 기업만 3곳, 얼마 남지 않은 공장들 사이에서 ‘옆 공장이 경매에 나왔다더라’는 흉흉한 소식만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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