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 공허한 이유

입력 2019-03-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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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처음 넘어섰다. 2006년 2만 달러를 돌파한 이래 12년 만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명목GNI는 3만1349달러(약 3449만4000원)로 집계됐다. 2017년 2만9745달러(약 3363만6000원)보다 5.4%(원화 기준 2.5%)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한국은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3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했다. 1950년대 세계 최빈국에서 출발했던 한국 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대단한 성취다. ‘30-50클럽’ 국가는 미국과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여섯 나라뿐이었다.

그럼에도 공허하다. 극심한 소득 양극화와 일자리 감소 등으로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국민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빈곤층 소득은 급격히 줄고, 소득 상·하위 계층의 격차가 최악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작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소득하위 20%인 1분위 가구소득은 월평균 123만8200원으로 전년 대비 17.7%나 줄었다. 반면 소득상위 20%(5분위)는 월 932만4200원으로 10.4% 늘었다. 이에 따라 소득의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를 기록했다.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나쁜 소득분배지표다.

무엇보다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인 경제성장력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한은 집계 결과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7%였다. 2017년 3.1%에서 뚝 떨어진 것으로 2012년 2.3%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핵심지표인 투자와 수출 등이 내리막이다. 설비투자가 1.6% 줄어 2009년(-7.7%) 이후 가장 저조했고, 건설투자도 -4.0%로 뒷걸음질했다. 수출은 4.2% 신장했지만 작년 말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민간소비 증가율이 2.8%로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도 투자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산업의 부진으로 수출마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2.1%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동력인 투자와 수출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경제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면 다시 2만 달러대로 되돌아갈 우려가 크다. 경제체질을 바꾸고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전략과 실행이 절실하다. 기업투자를 늘릴 규제 개혁과 산업구조 재편, 고질적으로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 등을 통해 혁신성장을 가속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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