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이끄는 여성리더➀] 전혜숙 여가위원장 "남녀 갈등 회복은 성 인지 교육에 있다"

입력 2018-08-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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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위 상정법안 72건…"신속한 처리 여야 뜻 모아"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의 피해자는 결국 남성과 여성입니다. 진정한 양성평등이, 이러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남성에게는 여성에 대한 교육을, 여성에게 남성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어릴 때부터 영어와 같은 지식 교육만 집중적으로 시킬 것이 아니라 인성 교육과 성(性) 인지 교육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전혜숙(63)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서울 광진갑)은 양성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성 인지 교육'을 꼽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성 대결 구도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남충', '김치녀'와 같은 성 비하적 발언이 유행하더니 급기야 노골적인 성별 혐오의 시대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성 인지 교육은 특정 성에 대한 불평등이 생기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다.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이를 실생활에 반영하는 능력을 증진시키기는 역할을 한다.

전 위원장은 슬하에 세 명의 아들을 둔 '워킹맘'이다. 남녀 차별이 두드러지고, 유리천장의 벽이 가장 두꺼웠던 시절에 약국을 운영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경북약사회 회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임감사, 대한약사 정책기획단장을 역임했으며 이름 앞에는 늘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전혜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혜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편견도 늘 있었죠. 사람들은 여성을 동료로 보지 않았어요. 가장 먼저 '아이는 누가 키워요?'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이어서 '남편은 뭐 하세요?', '남편이 이렇게 사회활동 하도록 놔두나요?', '남편이 능력이 없나봐요'라고 했죠. 급기야 '나같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는 말도 들었어요. 굉장히 여성 비하적인 이야기들이죠.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하면 안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시대에 살았던 워킹맘들은 모두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는 무엇보다 여성의 경력이 단절 돼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들이 눈물을 흘리고, 아이 때문에 엄마들이 또 다시 눈물을 흘리는 사회가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남녀갈등으로 인한 성 차별이 심화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아지는 사회 현상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성 인지 교육'이 정답으로 자리잡게 됐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을 인지하는 나라일수록 선진국이 되고 경제가 발전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여성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양성평등을 이루는 직장일수록 사세가 확장되고, 소위 잘나가는 기업이 됩니다. 성 인지 교육은 반드시 의무화 해야 합니다. 교육이 아니면 풀 수 없는 문제들이에요."

전 위원장은 2006년 건평원 상임감사로 이름을 올렸을 때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남성들의 불편한 시각을 몸소 느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여성은 CEO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며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성 인지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상임감사가 된 후 가장 먼저 '리더십 교육'이라는 이름의 '성 인지 교육'을 실시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위탁해 처음에는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전 위원장은 "교육 내용을 보고 남성 직원들도 교육을 받고 싶어했다"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성별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교육에 대한 갈망이 모두에게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건평원 최초로 남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 인지 교육'이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그는 지난달 16일 20대 국회 후반기 여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1년이다. 상임위원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1년 후에 인재근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과 자리를 바꾼다.

전 위원장은 민주당 건강보험보장성강화 태스크포스팀 단장, 사회복지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취약계층 복지, 복지사각지대 지원방안 등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 왔다. 전 위원장은 "처음 (여가위원장을) 맡을 때는 낯설고 생소해서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다"면서 "돌이켜 보니, 나도 워킹맘으로서 고민을 해왔더라. 자연스럽게 여성의 문제,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인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 위원장은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인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막상 위원장을 맡았지만, 여가위의 상황은 너무 열악했다. 앞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쪼개지면서 여가위 회의실을 신설된 문화체육관광위에게 내줘야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 것이다.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여가위원장이 되자마자 첫 일성이 '방 빼라'였습니다. 듣자마자 정춘숙 여가위 민주당 간사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찾아갔죠.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과 더불어 아동 학대 등 늘어나는 여가위 소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했어요. 여성 문제에 대해 여당과 정부가 홀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요. 문 의장은 여가위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고, 회의실을 없애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씀하셨죠."

전 위원장은 국회에서의 여가위 위치가 정부 부처로서 여성가족부의 나약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여가위원장이 돼서 업무 보고를 받아보니 여가부는 여성가족 '건의부'였다"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법제화 된 것도 없이 전부 노동부, 행안부, 복지부에 건의하는 시스템이었다"고 한탄했다.

발로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판단이었다. 정 위원장은 "정현백 여가부 장관에게 신발이 얼마나 닳는지 보겠다고 말했다"며 "일을 해야 여가부가 크고, 일을 만들어야 권한이 온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가위에는 양성평등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등이 접수된 상태다. 상정된 법안만 해도 72건이고,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법안만 56건이다. 미투 관련 법안은 26건에 달한다. 정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여야 간 큰 이견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6.13 지방선거 관련해서 원구성 핑계로 법계정 논의도 제대로 못했다"면서 "여가위가 심혈을 기울여 빨리 해결하자는 데 뜻이 모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약자를 위해 뛰겠다고 약속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 위원장은 약자를 위해 뛰겠다고 약속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18대에 이어 20대 국회에 입성한 그가 1호 법안으로 내놓은 기초노령연금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만 6세 미만(0~71개월)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도 그가 추진해서 이뤄진 결과물이다. 현행법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려면 소득인정액 외에 부양의무자(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가 없어야 하고, 의무자가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거나 또는 부양을 받을 수 없다는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부양의무자 기준'도 몇년 전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 위원장은 "현 정부 들어서면서 '문재인 케어'를 통해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 완전한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며 "폐지하는 그날까지 관심을 가지고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그는 여가위원장으로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서 20대 국회 후반기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민이 보다 신뢰할 수 있도록,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국가가 왜 있습니까. 약자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울타리 역할을 해주는 게 국가의 의무입니다. 약자가 행복을 느끼고, 그로 인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국가입니다.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다시 내놓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게 아름다운 사회의 모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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