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가장 낮은 세종시 속사정

입력 2018-08-01 06:00 수정 2018-08-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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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비율 높지만 살기 불편하게 설계된 도시 구조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한국에서 가장 녹지비율이 높은 신도시는 세종시다. 도시 건설 지표상 도시 예정지역의 50% 이상이 공원·하천으로 돼 있다. 게다가 외곽에는 온통 산과 들판이다. 다들 살고 싶어 하는 전원도시 형태다.

하지만 실상은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다. 주민 입장에서 볼 때 불편한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행정기관을 방문하는 외부인이 봐도 그렇다.

국토연구원 도시정책연구센터 박세훈 박사가 주택건설포럼 세미나에서 발표한 ‘행복도시 건설의 진단과 향후 발전 과제’라는 발제문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발제문에 따르면 먼저 주거 밀도가 자꾸 높아지고 있다는 거다. 원래 계획상의 순 주거 밀도는 ha당 300인이었으나 지금은 355인 수준으로 높아졌다. 밀도가 불어났다는 것은 건물 용적률이 커졌다는 뜻이다. 평균 용적률이 180% 수준으로 늘어나 쾌적성을 자랑하는 세종시 이미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인 일산 170%, 판교 163%보다 훨씬 높다. 그만큼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고 있다는 얘기다.

행복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주택 건설 용지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줄어들어 벌어진 현상이라고 하지만 도시 절반이 녹지 공간인데 왜 주거 밀도를 높여야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공원 녹지가 너무 비대한 것도 그렇다. 온 사방이 산이고 들판인데 도시 한가운데 여의도 크기만 한 중앙공원이 조성된다. 금강이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는데도 축구장 넓이 62배 크기의 호수공원을 별도로 만들었다.

세종시 인구는 현재 20만 명 정도 된다. 2030년까지 50만 명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감안해도 인구 대비 공원면적이 너무 넓다. 녹지가 부족한 기존 대도시라면 몰라도 세종시 입지로 볼 때 중앙공원 이용객은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조금만 나가면 더 좋은 자연공원 등이 수두룩하고 특히 지방도시의 형태를 감안할 때 공원 이용 수요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물론 관광객을 비롯한 외지인 수요도 감안했겠지만 중소 도시 규모치고 공원이 너무 큰 것은 사실이다.

결국 엄청난 규모의 공원 시설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만 낭비할 소지가 다분하다.

세미나의 또 다른 발제자인 세종대 건축학과 김영욱 교수는 ‘공간과 사회 관점에서 본 행복도시의 과제’의 발제문을 통해 비합리적으로 구성된 도시 공간 체계를 꼬집었다.

버스 중심 교통 체계인 BRT 망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시내 생활권별 중심부를 연결하는 링 모양의 넓은 환상형 BRT 도로는 지역 간 소통을 단절시키고 있다. 대중교통 활성화 취지가 오히려 도보 이동을 가로막는다는 얘기다. 넓은 BRT 순환도로가 각 생활권의 주민 이동을 불편하게 만들면 소통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보행자 건널목이 있지만 버스와 승용차가 쌩쌩 달리고 있는 왕복 6~7차선 광로는 아무래도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은 도시인데 굳이 넓은 도로를 만들 필요가 있었느냐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 4차선만 돼도 건너편과 도보 소통이 원활할 텐데 도로가 너무 넓어 오히려 도시의 쾌적성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각 생활권마다 구성된 상업지역 주차장 제한 정책에 대한 불만도 거세다. 가뜩이나 BRT 도로로 인해 공간이 단절돼 이동이 쉽지 않은 마당에 승용차 이용마저 억제하면 어떻게 하라는 소리냐고 상가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인지 도시 내 곳곳의 상가는 텅텅 비어있다. 원인이야 여럿 있겠지만 주차난에 따른 이용객 외면도 큰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청사 내 주차장 부족도 큰 난제다. 대부분의 민원인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다. 철도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방문자도 적지 않지만 근거리 민원인은 대개 승용차를 갖고 온다.

승용차를 이용한 민원인은 주차 공간을 찾느라 주차장을 몇 바퀴 돌곤 한다. 그렇다 보니 도시 내 곳곳의 빈터는 온통 주차장이 돼버렸다. 편리성과 쾌적성을 강조하는 세종시 이미지와 상반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세종시 집값은 강세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6월 기준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억 9053만 원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전용면적 3.3㎡당 1248만 원 수준이다. 2014년 687만 원과 비교하면 65.7% 정도 오른 셈이다.

하지만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가장 낮은 53.6% 수준이다. 1년 전에도 53.3%였다. 주택 가격은 비싼데 전세 가격은 낮다는 뜻이다. 요즘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전세가 비율은 더 낮다. 3생활권의 전용면적 99㎡ 형의 한 아파트는 시세 8억 원에 전세 1억 5000만 원 수준이다. 전세가율은 18.7%에 불과하다.

이는 뭘 의미할까.

실수요보다 가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 놓은 사람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소리다. 공급은 많은데 실제 거주하는 사람이 적어 벌어진 현상이다. 풍성한 투자수요로 인해 아파트 인기가 높아져 가격도 올랐지만 실제로는 허수가 많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인데도 매매가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종시가 제 모습을 갖추게 되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사실 세종시 주택 공급은 계획 대비 절반 정도 이뤄졌다. 총 20만 가구 건설 목표 중 지난해 말 기준 10만 5000가구 공급됐다.

중앙부처 이전은 완료됐다. 2012년 9월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0개 기관 총 1만 4699명의 공무원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 15개 3545명 등 모두 1만 8000여 명이 세종시에 근무 중이다.

앞으로는 대학이나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관련 인력들이 입주할 차례다.

세종시 인구의 61%는 대전·청주·충주·천안·공주 등 충청권에서 유입됐다 그중에서 대전 인구 40%로 가장 많다. 수도권 유입은 28.5%에 불과하다.

이는 대전을 비롯한 주변 도시에서 이주한 사람이 세종시 주민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대전 접근이 쉬운 대평· 보람· 소담동 일대 제3생활권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종시 인구가 불어나는 만큼 주변 도시 형편은 나빠질지 모른다. 세종시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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