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여기자가 간다] 일산의 숨은 진주 '배가주방'...미식가도 반한 이자카야의 진수

입력 2014-01-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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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여기자가 간다, 배가주방

보통 맛집이라 하면 본인의 생활 반경 안에서 찾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 찾은 맛집은 일산에 위치한 곳이다. 집은 물론 회사에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다.

평소 친한 기자들과 술 한 잔 기울이려니 다들 일산이 좋다고 한다. 동료 기자들의 집 대부분이 일산이기 때문.

처음 일산을 모임장소로 정하자는 말에 선뜻 '좋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먼 거리 탓이었다. 하지만 맛집 기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한 마디. "기가막힌 맛집이 있어". 결국 열 일을 제치고 일산으로 향했다.

본 기자가 생각하는 맛집은 음식을 먹고 난 뒤에 다시 한번 그 곳을 찾을 마음이 있느냐는 것이다. 동료 기자의 소개로 찾게 된 '배가주방'은 그런 곳이었다.

실제로 이 곳을 함께 찾았던 기자 중 절반 이상이 이곳을 다시 찾았다.

'배가주방은' 일본식 선술집이다. 원래 배가주방은 사누키 우동전문점 '히카리우동'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단골들의 요청에 따라 이자카야로 업종을 변경했다.

주인장의 손 맛 때문이다. 일본 요리사에게 직접 요리를 배웠다는 배가주방의 주인장은 비범한 솜씨를 자랑한다. 특히 혼자 주방을 맡고 있어 항상 맛이 한결같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주방을 주인이 혼자 맡기 때문에 요리 나오는 속도가 조금 더디다는 것이다. 단체로 갈 경우에는 반드시 미리 주문하자.

처음 가게에 들어섰을때 생각보다 큰 규모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일본식 주점 답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이내 눈길을 끌었다. 그 중에서도 주인장의 '화가' 친구가 직접 그렸다고 하는 그림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게를 둘러보고 한 켠에 마련된 방에 자리를 잡고 배가주방의 대표 메뉴인 '소막창구이'와 '규동', '나가사키 짬뽕'을 시켰다. 술은 사케(일본 정종)의 한 종류인 '나가토시' 대병을 주문했다. 사케는 도쿠리(작은 호리병)에 담겨 조금씩 나온다. 그때그때 기호에 따라 차가운 것과 따뜻한 것을 주문하면 된다.

소막창구이는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철판에 얹어져 서빙돼 왔다. 앙증맞은 화로가 함께 나와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따뜻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럼 맛은? 막창 특유의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잘 살아있다. 무엇보다 깔끔한 손질 탓에 내장 냄새가 전혀 없다. 주방장이 직접 손질했다고 한다.

함께 나온 소스에는 다이콘 오로시(갈은 무)가 잔뜩이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막창의 맛을 산뜻하게 마무리해 준다.

다음은 규동. 사실 이자카야에서 먹는 규동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가주방의 규동은 술안주 '곁다리'로 먹기에 아까울 정도였다.

주인장이 직접 만든다는 규동 소스는 불맛과 어우러져 한국식 불고기 소스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았다.

진한 국물 맛의 나가사키 짬뽕도 적절한 선택이었다. 특히 해산물의 신선도가 훌륭했다. 가늘면서도 쫄깃함이 강조된 면발은 눅진한 맛의 국물과 잘 어울렸다.

맛 좋은 안주와 술,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술 자리는 즐겁게 이어졌다. 술자리가 길어져 안주를 추가 주문했다.

종업원에게 안주 추천을 부탁했다. 연어회의 상태가 좋다고 해 연어회를 추가했다. 연어회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주방장이 직접 공수해온다고 한다. 또 가볍게 먹을 만한 '우니 타코와사비'도 주문했다.

연어회는 짙은 주황빛으로 신선함을 자랑했다. 기름기가 반지르르하게 도는 있는 연어회를 한 입 가득 넣자 기름진 고소함이 가득 퍼지며 살살 녹았다.

우니 타코와사비는 달큰하고 진한 성게알 특유의 향이 잘 살아있었다.

마무리로 맥주와 '시샤모 구이', '치킨 가리아게'를 시켰다. 통통하게 알이 밴 시샤모에 마요네즈를 듬뿍 찍어 한 입 베어물었다. 고소한 알이 톡톡 터지며 입맛을 새롭게 자극했다.

명란젓을 입혀 튀겼다는 치킨 가리아게는 튀김 상태가 매우 좋았다. 껍질은 적당히 바삭했고 속은 육즙을 가득 품고 있었다.

곁들어진 소스가 재미있었다. 직접 만들었다는 간장소스에 다이콘 오로시와 날치알, 다진 파를 얹어줘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줬다.

▶문기자 ★★★★

일본식 주점, 일본식 가정요리, 일본식 베이커리 등등 참 많은 '일본' 요리집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수 많은 식당들 중에서 제대로된 맛을 내는 곳을 그리 흔하지 않다.

일본식이든 한국식이든 미국식이든 음식점의 기본은 맛이다. 이곳은 기본을 잘 지키는 집이었다.

우선 음식맛의 기본인 재료의 신선함이 돋보였다. 거기에 요리사의 솜씨 역시 군더더기가 없었다. 손질하기 어려운 막창만 보더라도 요리사의 내공을 엿볼수 있었다.

요리에 곁들여져 나오는 소스들도 허투루 만든 느낌이 없었다. 본 요리의 맛을 돋구어 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김기자1 ★★★

주택가에 위치한 이자카야 치고는 꽤 큰 규모다. 공간이 넓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이자카야 특유의 소박한 맛이 없어 아쉬웠다.

▶김기자2 ★★★☆

이 곳의 소막창을 먹고 난 뒤 그 다음 날에도 막창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정성으로 만들어진 제대로된 음식을 먹은 느낌이었다.

또 나가사키 짬뽕 역시 좋았다. 예전 기름기 흥건한 나가사키 짬뽕을 먹고 실망한 뒤 나가사키 짬뽕을 잘 즐기지 않았지만 이 곳의 나가사키 짬뽕은 진하면서도 깔끔해 술 마신 다음 날 먹어도 좋을 정도였다.

▶장기자 ★★★★

이자카야답게 사케 종류도 다양했으며 안주 역시 훌륭해 퇴근길에 가볍게 들러 한 잔 하기 좋은 곳이었다.

내 입맛에 가장 맞았던 것은 규동이었다. 술집에 와서 밥이 가장 맛있었다는 점이 아이러니 하지만 일본에서 먹었던 규동 전문점 요시노야보다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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