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경제학] '삼국시대' 때도 화장한 남성들…지금은 화장품 소비량 1위

입력 2020-04-0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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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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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의 어느 날. 한 남성이 거울 앞에서 왁스로 머리를 손질한다. 이윽고 얼굴에 비비크림을 발라 잡티를 가린다. 덕분에 피부는 평소보다 뽀얘지고, 여드름 흉터는 잘 보이지 않는다. 소개팅이 잘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옷도 다 갖춰 입은 후 자신감 넘치게 밖으로 나가는 그.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꾸미니까 받을 수 있는 시선인가, 그는 생각한다. 턱이 좀 더 올라가고 발걸음은 위풍당당해진다. 그것도 잠시일 뿐. 옆을 지나가던 여성의 말에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된다. "저 남자 좀 봐. 화장했나 봐. 얼굴만 허옇네."

2000년대 초반, 화장을 시작한 남성들이 저질렀던 대표적인 실수다. 그 중심에 있던 것은 비비크림. 독일 '닥터 슈라멕'(Dr. med. Christine Schrammek) 화장품의 '블레미쉬 밤(Blemish Balm) 크림'의 준말로 2000년대 초반 들어 국내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사용법이 간편하고 자연스러워 남성들도 바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부 남성이 얼굴에만 비비크림을 발라 목과 얼굴의 피부색이 달랐다. 마치 달걀귀신처럼 얼굴만 동동 떠다니는 느낌이랄까.

▲드라마 '선덕여왕'에 나오는 화랑의 모습. (출처=MBC 드라마 '선덕여왕' 캡처)
▲드라마 '선덕여왕'에 나오는 화랑의 모습. (출처=MBC 드라마 '선덕여왕' 캡처)

◇기원전 이집트부터 시작한 남성 화장의 역사

남성 화장의 역사에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에서 처음 역사로 기록된 것으로 전해진 사례는 기원전 수천 년 전 이집트의 무덤 벽화다. 이 벽화에는 눈화장을 짙게 한 남녀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 밖에도 이집트 미술에서 짙게 아이라인을 그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남성의 화장은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먼 옛날부터 남성들은 전투에 앞서 결의를 다지는 차원에서 손톱에 물을 들이거나 상투를 튼 것으로 화장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얼굴에 분을 칠하는 것으로 범위를 좁히면 삼국시대 때부터로 추정된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에서 남성 화장의 역사를 찾을 수 있다.

신라는 '화랑'이라는 젊은 남성들로 이뤄진 심신 수련·교육 단체가 있었다. 이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아름다운 색깔의 옷차림에 귀고리를 하고, 분을 바르고, 구슬이 장식된 모자를 쓰는 것"이었다고 한다. 분을 발랐다는 것에서 화장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화랑의 의미가 '꽃 같은 사내'라는 의미라고 볼 때, 지식과 무술의 역량은 물론 외모를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가수 싸이가 광고하는 남성 전용 커버크림. '티나지 않게 꾸밀 수 있다'가 핵심이다. (출처=유튜브 캡처)
▲가수 싸이가 광고하는 남성 전용 커버크림. '티나지 않게 꾸밀 수 있다'가 핵심이다. (출처=유튜브 캡처)

◇더 곱게, 더 멋지게…남성 화장품 소비량 세계 1위

화랑의 역사를 물려받아서인지 한국 남성의 화장품 소비량은 세계 제일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가 2014년 발표한 '세계 화장품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인당 월간 화장품 구매 비용(약 3만 원)이 세계 1위였다. 물론 기본 스킨과 로션을 포함한 금액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약 2000만 명의 한국 남성들은 전 세계 남성 화장품의 20%를 소비한다. 세계 남성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19%로 중국에 이어 2위다. 금액과 비중 모든 면에서 화장품에 대한 지분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요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국내 시장도 커졌다. 2015년 남성 화장품 시장은 연 1조 원을 넘어섰고, 2017년에는 1조28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면세 유통이나 젠더리스(성별 구분 없앤) 상품 등이 포함되지 않은 집계라서 실제 시장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는 1조5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점점 꾸미는 남성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남성도 화장하는 시대…유튜브 조회 수 '쑥쑥'

2000년대 들어 외모를 가꾸면서 남성들이 생기기 시작했다지만 얼굴에 무엇인가를 바르면 '화장했느냐'는 핀잔을 받곤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남성 전용 화장품까지 나오면서 화장하는 남성들이 많아졌다.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일컫는 말)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면서 더는 화장하는 것이 볼썽사나운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유튜브에서도 '남자 화장'을 검색하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동영상이 나온다. 특히, 데일리 메이크업은 물론 여자들의 전유 품으로 여겨지던 파운데이션과 컨실러 등을 활용한 화장법을 소개하는 동영상은 수만에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 커버력 좋은 제품을 찾는 남성도 생겨나면서 관련 제품을 리뷰하는 유튜버도 많아졌다. 바야흐로 '꾸미는 남자'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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