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유통가, 구조조정 태풍 덮친다

입력 2020-04-09 15:42 수정 2020-04-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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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유통업계 직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내점 고객이 급감하자 일찌감치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무급휴가로 시작된 비상경영은 이제 희망퇴직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 금융권이었다면 이번엔 그 바통을 유통업계가 이어받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면세ㆍ호텔업계는 코로나19의 타격이 가장 큰 업종으로 꼽힌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출 자제에다 국내외 입국제한 조치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실종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근무제 변화 △무급ㆍ유급 휴직 △사업권 포기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통해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본사 임직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고, 신라면세점은 임산부·어린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권고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임산부나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받고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한 SM면세점에 이어 롯데와 신라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포기하면서 향후 추가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임시 휴업중인 한 면세점.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임시 휴업중인 한 면세점. (연합뉴스)
서울 시내 면세점을 폐점한 SM면세점은 직영 사원 50명 내외를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 면세점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기존 도급 사원 5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SM면세점은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을 포기하면서 8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만큼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도 예고된 상태다. SM면세점 측 관계자는 “최대한 인력 구조조정 없도록 고용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현재 주 3일 출근, 임원 월급 반납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유급 휴직을 이달부터 시행한다. 두 호텔은 지난달 임원 기본급을 각각 10%, 20% 반납한 바 있다.

가전양판점과 대형마트 직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창사 20주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달 초에는 롯데마트가 70세까지 고용을 약속한 실버사원 38명을 모두 퇴사 조치했다.

롯데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롯데쇼핑은 연초 실적 악화에 따라 향후 3~5년간 오프라인 점포 700개 중 200개를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같은 움직임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서 먼저 시행해 반응을 살피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패션업계에도 불똥은 번졌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구조조정설이 불거진 가운데 반사익을 기대했던 국내 패션업계도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을 비켜가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 바이어의 주문 취소로 수출이 막히며 상품 대금 지연에 따른 자금난까지 겹쳐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탑텐으로 잘 알려진 신성통상은 최근 수출사업 부문 근로자의 10%에 해당하는 20여 명을 권고사직 처리했고, 신원그룹 역시 해외 바이어의 주문 취소로 해외사업부 팀원 7명이 권고 사직했다.

외식 업계는 매장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빕스와 계절밥상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은 △고정 자산 매각 △신규 투자 중단 △지출 억제 △경영진 급여 반납 △신규 매장 출점 보류 △무급휴직 등 고강도 자구책에 돌입했고, 올반과 보노보노를 운영하는 신세계푸드도 3월 한달동안 올반 대구점과 킨텍스점을 폐점했다.

주류 소비가 줄며 OB맥주는 4주 동안 청주공장 생산을 중단한다. 청주 공장 인력 300명 중 40%인 120~130여 명은 휴무에 들어가고, 해당 기간 평균 급여의 70% 가량을 지급받기로 했다.

단체급식업체인 CJ프레시웨이, 아워홈 등도 재택근무 장기화에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워홈은 4월과 5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차 소진을 촉진하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재무적 요소에 초점을 맞춰 코로나19 피해에 대응하고 있는 만큼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외에 CJ CGV도 직영 극장 116개 가운데 30%인 35개 극장의 영업을 중단하고,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또 전 직원 주3일 근무와 희망자에 한해 무급 휴직도 허용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백화점과 대형마트, 문화시설 등이 부담하는 교통유발부담금을 올해 부과분에 한해 30% 경감하고 민간 사업자 도로ㆍ하천 점용료를 한시적으로 25% 감면하는 지원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알맹이가 빠진 대책'이라는 반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금 축소보다는 의무 휴업 완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학계에서는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이 향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구조조정은 국내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 상황도 마찬가지"라면서 " 노사가 합심해서 근무 시간을 조정해 임금을 줄이는 단축 근무 방안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의료보험 유예 등 사회보장 제도의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더라도 해외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면서 "이미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덮쳤기 때문에 향후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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