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의 노동과 법] 재택근무자를 위한 사용설명서

입력 2020-04-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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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코로나발(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직장 환경을 바꾸고 있다. 느닷없이 시작된 재택근무에 어리둥절하던 모습도 잠깐, 시간이 경과하면서 또 다른 일상으로 정착되어 가는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재택근무가 한 달 이상 장기화하면서 불안감과 피로감을 느낀 나머지,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정상근무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현행 노동법은 재택근무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선을 빚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달 초에 재택근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재택근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도입한 제도인 만큼, 아직은 우리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디지털을 기반으로 스마트워크가 점점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 방식은 보다 활성화되리라 예상된다.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내용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구체적으로 정해 두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첫째, 재택근무에 대한 개념 및 대상자를 분명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재택근무는 회사로부터의 직접적인 지시·감독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택근무에서는 업무의 강도를 스스로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대인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재택근무 중에 일어난 사건·사고에 대해서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본인이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재택근무의 의미와 적용 대상을 특정하여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를 부분적으로 실시하는 경우에는 ‘육아, 간병, 질병 등으로 통근이 곤란한 자’를 우선한다든지, 또는 ‘필수유지업무 종사자 이외의 자’를 그 대상으로 하도록 규정하여 형평성의 원칙에 맞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재택근무 시의 근태관리를 위해서 복무규율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재택근무의 경우 일과 삶이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사(公私)가 혼동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사용하는 공용 컴퓨터로 회사 서버에 접속하여 업무를 처리한다고 가정해 보자. 가정용 컴퓨터는 회사 컴퓨터에 비해 보안이 취약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나 회사의 기밀사항 등이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재택근무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컴퓨터는 별도로 마련하여 개인적인 용무로는 사용하지 않도록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수칙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카톡지옥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업무시간에 대해서도 분명히 확정해 둘 필요가 있다. 재택근무자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휴식 및 할증임금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다만 재택근무의 경우에는 실제로 시간을 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의 탄력근로제와 간주근로제 및 잔업에 대한 사전신고제나 포괄임금제 등에 대한 적용 여부를 미리 명확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재택근무는 우리 기업의 정보통신기술(ICT)에 비추어 사실 오래전부터 가능한 것이었다. 다만 ‘면대면’의 신뢰관계를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재택근무로의 전환을 잠시 머뭇거리게 했을 뿐이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된 디지털워크는 이미 재택근무 차원을 넘어 텔레워크 시대로 급속하게 진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체감하고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거실로 출근하고 안방으로 퇴근하는 재택근무가 ‘감시 없는 천국’이 될 수도 ‘퇴근 없는 지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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